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4시 55분쯤 노동자대회를 마치고 기습 거리점거 시위를 시도했다.
노동자대회가 열렸던 서울광장에서 종로5가 청계천 전태일 다리로 향하던 중 경찰 추산 1만 3000여 명의 인원이 을지로 4가에서 갑자기 경로를 바꿔 도로를 점거하며 행진한 것.
이들은 삼성전자 하청기업에서 근무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종범 열사의 이름을 외치거나, 민주노총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경찰은 90개 중대를 동원해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사거리에서 시위 인원을 막아섰고 이 과정에서 물대포도 동원됐다.
이들은 약 50분간 거리에서 대치를 벌였지만, 경찰이 인원을 인도로 몰아내면서 오후 6시쯤 대치상황은 풀렸다.
최근 경찰이 공권력 행사에 대한 각종 제한을 완화하는 등 강경 입장으로 선회하는 움직임을 보여왔지만, 다행히 큰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거나 시위 인원이 연행되지는 않았다.
이 자리에는 주최 측 추산 5만여 명, 경찰 추산 1만 7000여 명이 참석해 민주주의와 노조에 대한 탄압을 멈추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전국교사노동조합의 인가 취소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 등을 노조탄압이라고 규정하고 항의했다.
전교조 조종현 충북지부 청주농고 분회장은 "주변에서 괜찮냐는 인사를 많이 받는데, 오히려 이번 일로 국민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며 "9명의 해고 조합원이 맞을 매를 6만 전교조원이 함께 맞겠다. 여러분께도 연대의 손길을 요청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또 민주노총은 이러한 노조 탄압은 결국 박근혜 정부가 지난 제 18대 대통령 선거의 국가정보원 개입 의혹을 '물타기'하려는 속셈이라고 강조했다.
전공노 권재동 서울본부장은 "지난 8일 검찰은 22시간에 걸쳐 전공노 서버에서 3만여 건의 파일을 압수수색했다. 작년 선거개입을 문제 삼으면서 2005년 문건까지 가져갔다"며 "커피가 진하다고 물을 타봤자 커피다.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한 사실은 아무리 물을 타도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철폐와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를 위해 적극 투쟁하겠다고 다짐했다.
신승철 위원장은 "이 시기에 법 속의 노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합법 속의 민주노총을 지금 이 자리에서 찢어버리겠다"며 노조원들과 함께 노조설립신고증을 찢어내기도 했다.
이에 앞서 오전 11시부터 건설연맹과 금속노조 등 각 산별노조가 각자 사전집회를 진행한 뒤 노동자대회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