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경택 '친구2' "동수의 죽음, 그 현장의 모두가 후회했다"

[노컷 인터뷰] '친구2' 곽경택 감독

곽경택 감독(노컷뉴스 이명진 기자)
영화 ‘친구2’ 개봉을 앞두고 만난 곽경택 감독(47)은 극중 유오성의 심복 고조태(장지건 분)처럼 머리를 ‘반삭’스타일로 깎고 나타났다.

12년 전 자신을 스타덤에 올린 ‘친구’(2001)의 속편을 우려와 기대 속에 개봉하게 된 심경의 변화가 반영된 걸까?

왜 머리를 ‘짧게’ 잘랐냐는 물음에 곽 감독은 경상도 남자 특유의 시원한 말투로 “무슨 비장한 각오라도 한 거처럼 보이죠?”라며 “의도치 않은 헤어스타일”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진짜 안경도 바꾸고 좀 영해보일라고 했다가 이렇게 됐습니다. 진짜 아무 미용실에 들어가서 스포츠로 하되 좀 길게 해 달라 했는데, 스포츠란 말만 듣고 기계를 대버렸네. 약간 덥수룩한 걸 원했는데...”

이렇듯 인터뷰는 폭소로 시작됐고 언론시사 이후 기자들의 호의적 반응에 주연배우 유오성의 기분마저 좋은 편이었으나 곽 감독은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아 이 영화를 세상에 내놓는 심정이 얼마나 떨리는지 고스란히 전달됐다.

적어도 속편을 왜 만들었는지 비난은 듣지 않을 것이라는 칭찬에도 곽 감독은 “아직은 안심이 안 된다”고 했다.

“검사의 구형도 중요하나 결국에는 재판관의 선고가 중요하듯, 다행히 구형은 제 예상보다 좀 받은 거 같은데 관객들이 그 정도 구형이 맞다고 해야 행복할 것 같습니다.”

유오성 김우빈 주진모가 주연한 영화 ‘친구2’는 친구 동수(장동건)의 죽음 이후 17년 만에 출소하게 된 준석(유오성)이 감옥에서 알게 된 젊은 건달 성훈(김우빈)과 함께 아버지 철주(주진모)가 1960년대 격동의 시대를 온몸으로 겪어내며 세워놓은 조직을 다시 접수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느와르다. 청소년관람불가로 14일 개봉한다.


- 한때 등을 돌렸던 친구 유오성과 ‘친구2’를 계기로 10년 만에 화해했다.

“10년 동안 묵은 감정이 있다 보니 초반에는 아슬아슬했다. 아무리 남자끼리고 술의 도움을 받아도 하루 이틀 만에 풀리는 감정은 아니니까. 솔직하게 말했다. 화해하고 싶어서라기보다 작품을 하기 위해서 네가 필요하다고. 유오성도 나도 친구2 하고 싶다고 하더라. 둘 다 잘못하면 끝이잖나. 인생의 히든카드를 내놓는데, 너도 타라, 우리 방법 없다, 둘 다 그걸 느끼니까. 다행히 앙금은 촬영 전에 해소하고 현장에서는 굉장히 나이스했다. 서로 작품에 집중했다.”

- 유오성도 김우빈을 칭찬하고 김우빈에 대한 언론반응도 뜨겁다. 결과적으로 신의 한수가 됐다.

“괴상한 놈이 떨어진 것 같다. 곱상하지 않은 얼굴이 마음에 들어 캐스팅했는데, 독해.
친구2 포스터
독하니까 해냈겠지. 사투리 연기도 쉽지 않은데 끝까지 해냈다. 이 녀석이 예쁜 이유 중 하나가 ‘학교2013’으로 스타덤에 오른 덕에 누구 통해서 사진 한 장 찍게 해 달라, 1분만 만나게 해달라며 난리가 아니었다. 근데 그걸 일일이 다 해주면서 자기감정 유지하면서 연기를 다 해내더라. 절마(저놈) 뭐 하겠네 싶더라.”

- 준석을 통해 중년의 외로움, 회한, 살아남아야하는 절박함 등 실제 40대인 감독 본인의 심경이 많이 투영된 듯 보였다.

“준석의 ‘내보고 어디오라는데 있나’란 대사가 그냥 나왔겠냐. 가정이 있는지 여부를 떠나서 태생적으로 갖는 남성의 심리가 있다.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은 외로움을 동반하고, 몸의 절반은 그걸로 감싸고 다니는 거 같다. 극단적일 때는 누가 도와줄 사람이 없으니까. 유오성도 나도 살아온 시간이 꽤 되니까. 삶의 질곡의 흔적들이 보이겠지. 그동안 많은 부침이 있었고, 좌절, 치기가 있었는데 거기서 많이 모가 깎여진 듯하다.”

- 김우빈이 연기한 성훈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성훈에 대한 이야기를 쓰면서 내 스스로 이상한 걸 발견했다. 요즘 젊은이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더라. 사가지 없고 인터넷에 악플이나 올리는 예측불허의 불안한 존재. 성훈의 장면에 애정이 안 실렸다. 그걸 계기로 요즘 청춘들을 들여다보니까 그 빗나간 아이들의 원인 제공은 IMF였구나. 요즘 거리에 내몰린 더 어린 아이들의 마치 전초전처럼 느껴졌다.”

- 준석이나 성훈의 직업이 건달이다 보니 감정적 딜레마도 느껴졌다. 그들의 상황이나 심경이 보편성이 획득돼 이해되면서도 행여나 건달미화로 오해될 소지가 있어서다.

“그럴 수도 있겠다. 다만 제가 과거 건달 짓 하던 사람과 얘기하면서 느낀 것은 애정결핍으로 건달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때 그 친구가 나한테 ‘형님 몇 번 안 봤는데 좋은 부모 밑에서 자란 것 같다, 형님은 남한테 줄 사랑의 여분이 있어 보인다, 우리는 그렇게 못 자랐다’고 하더라. 그 말이 비수처럼 내 가슴에 박혔다. 어떻게 보면 그때 나눈 대화가 ‘친구2’를 준비하면서 나한테 어떤 동력이 돼준 부분이 있다.”

곽경택 감독(노컷뉴스 이명진 기자)
"- 친구2는 죽은 친구 동수에게 보내는 사과의 편지같기도 했다.

“실제로 준석의 모델이 된 그 친구가 그랬다. 후회한다고. 영화에도 그런 대사가 있잖나. ‘인생에서 후회할 선택만 하는 게 건달 아닌가’. 그 누구도 잘한 선택이라고 하지 않더라. 살해 현장에 있던 사람 말로는 원래는 불구로만 만들려고 했는데, 누가 길 건너에서 계속 목을 내리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고. 설상가상 칼 맞은 사람이 ‘이제 고만해라, 많이 먹었다’는 말을 하는 바람에 너무 겁이 나서 칼이 심장으로 갔다고.”

- 철주 준석 성훈 세 남자를 통해 감독으로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철주 부분이 축소돼 아쉬운데, 철주 준석 성훈을 각각 1960년대, 1980년대, 2000년대
를 대표한다고 생각하고 썼다. 이들 셋은 각자의 장벽이 있는데 준석은 20년을 잃어버린 사람으로서 자기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성훈은 앞서 밝혔듯 취재하면서 정말 많이 고민한 캐릭터로 IMF때 청소년기를 맞이한 세대로 가정이 해체되면서 밖으로 튀어나올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 태생적 불우함과 싸워야하는 장벽이 있다.

철주는 한 사회에 돈이란 것이 물밀듯 들어오면서 변화에 적응해야 했던 시대의 인물이다. 그런 부분도 봐주면 좋겠다.”

- '친구'로 스타덤에 올랐던 곽 감독에게 '친구2'는 어떤 영화인가?

"직업적 생명선을 연장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다. 처음에는 전편의 연장선상에서 썼다가 다 지웠다. 기껏 이 이야기하려고 ‘친구2’하냐, 뭔가 더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시나리오를 쓸 때 욕심은 한 세대가 다른 세대를 위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저 역시 이번에 성훈 시대에 대해 몰랐던 것을 많이 알게 됐다."

곽 감독은 공식 자료에 실린 연출의 변을 통해 친구2가 남자의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영화가 되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12년 전, 동수의 죽음 뒤에 배신의 이름으로 남아 버린 준석이 가슴 한 곳에 숙제처럼 남아있었고, 그의 못다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친구가 남자들의 과거를 추억하는 영화였다면, 친구2는 남자들의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영화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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