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1조 3천억원의 개발비를 들여 전력화에 성공한 한국형 기동 헬기 '수리온(KUH-1)'에도 불량 부품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기술품질원(이하 기품원)은 9일 최근 3년간('11년~'13년) 납품된 군수품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34개 업체가 모두 125건의 공인시험성적서를 위·변조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인기관이 발행한 시험성적서의 전체, 또는 일부 항목을 변조해 공인기관이 발급한 것처럼 성적서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과거에 발행한 성적서의 날짜를 조작하는 등의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수리온과 K9자주포, K200A1보병전투차, 구난전차 등 군이 국산화에 성공한 핵심 무기와 장비에도 시험성적서가 위·변조된 부품들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 수출 기대 '수리온' 명성에 '먹칠'
오는 2022년까지 200여대가 실전배치될 예정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납품한 수리온의 경우 와이퍼조립체 원자재, APU 시동모터 원자재 등이 시험성적서 위.변조 부품이었다.
이 가운데 APU 시동모터 원자재의 경우 전선을 보호하는 동선의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것으로 기품원 조사결과 드러났다.
기품원 관계자는 "시동모터 동선의 경우 중요한 부품임에도 불구하고 시험분석 자체를 안했다"며 "다행히 조사결과 동선의 성분은 규격에 맞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전량 리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공장비의 경우 미세한 부품결함도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험성적서를 위·변조한 불량부품 사용은 심각한 범죄행위다.
특히, 리비아 등이 대당 2백억원에 이르는 수리온 구입 의사를 표시하는 등 수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시험성적서 위·변조 부품 사용은 수리온의 명성에 먹칠을 할 것으로 우려된다.
◈ 무기류, 장비류, 식품 가리지 않고 불량품 납품
K9자주포는 삼성테크윈, K200A1보병전투차는 두산DST, 구난전차는 현대로템 등 대기업계열 주요 방산업체가 생산한 제품이다.
부품에 대한 시험성적서 위조는 이들과 하청계약을 맺은 협력업체가 주도했지만 방산업체들 역시 관리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군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의복류와 식료품, 그리고 차량, 천막 등의 군수품에서도 위·변조 품목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의복류 중에는 기능전투화와 사출식 전투화, 춘추운동복, 가죽잠바, 방한류장갑 등에서, 식료품은 들깻가루, 머스타드소스에서, 차량 등 장비에는 차량용 스페이서와 베어링, 천막용 지주, 기동장비 슈 등에 시험성적서 위·변조 제품이 사용됐다.
◈ 기품원 "비리업체 검찰 고발, 전량 리콜할 것"
기품원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품목들은 계약업체에 위임해 품질관리를 진행해 왔고, 금번 위·변조 사례는 품질관리 위임 품목에서 발생한 것으로 제도상의 허점을 악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까지 위·변조 품목들로 인해 장비가동이나 운용간 불만제기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내구도와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전량 리콜해 정상품으로 교체, 또는 하자구상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따라 기품원은 위·변조한 업체들을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관련기관에 통보해 손해배상 청구, 부당업체 제제 및 향후 입찰 배제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특히, 핵심 부품이 아니라고 하지만 지난 여름 전국민을 전력난의 고통에 몰아넣었던 원전비리 역시 사소한 부품에 대한 시험성적서를 위·변조한 사건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품원은 이와 동시에 시험성적서 위·변조 검증범위를 확대해 5년 전 납품 물량까지 추가 검증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