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대륙' 아프리카에서 각국 정부가 독자적 또는 지역통합을 통한 경제발전을 꾀하는 가운데 동아프리카의 국제관계 판도에 새 지형이 펼쳐지는 움직임이 주목된다.
8일(현지시간) 탄자니아 언론 IPP미디어 등에 따르면 자카야 키크웨테 탄자니아 대통령은 전날 동아프리카공동체(EAC)를 탈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키크웨테 대통령은 행정수도 도도마에 있는 의회에 출석해 한 연설에서 탄자니아가 케냐, 우간다, 르완다, 부룬디 등 5개국으로 구성된 EAC를 탈퇴할 계획이 없으며 탄자니아는 이미 맺어진 조약에 따라 EAC에 계속해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키크웨테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케냐와 우간다, 르완다가 그동안 탄자니아와 부룬디를 따돌리고 EAC 차원에서 논의돼야 할 문제를 (따로) 협의해온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탄자니아가 지역 통합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고 일부에서 지적했으나 그런 말은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앞서 케냐와 우간다, 르완다는 지난 6월부터 10월 말 사이에 정상 또는 각료급 회담을 여러차례 개최하고 인프라 구축과 단일 관세지역 설정, 비자 면제 협정 등 여러 합의를 끌어냈다.
지난 10월 28일 르완다 수도 키갈리에서는 폴 카가메 대통령과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 살바 키르 남수단 대통령이 참석한 정상 회담이 열려 4개국을 단일관세 지역으로 묶는다는 데 합의했다.
이들 대통령은 10월 29일 때마침 키갈리에서 KT가 참여하는 '아프리카혁신(트랜스폼 아프리카) 정상회의'에 나란히 모습을 드러내 '찰떡궁합'을 과시하기도 했다.
내륙 국가인 우간다와 르완다는 동아프리카 최대 항구도시인 몸바사를 통해 물품을 수입해왔으나 비관세장벽과 열악한 인프라 등의 문제로 육로 수송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 6월에는 카가메와 케냐타, 무세베니 대통령이 우간다 엔테베에 모여 3국을 철도로 연결하는 프로젝트에 합의하는 한편 케냐 서부 엘도렛과 우간다 수도 캄팔라및 르완다에 이어지는 송유관을 건설하기로 했다. 우간다는 최근 원유생산국으로 변모했다. 남수단은 이 송유관을 통해 북수단을 거치지 않고 원유를 수출하려는 의도를 지닌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케냐는 몸바사 경쟁 항구도시인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의 추격을 따돌리려고 몸바사항 시설을 확충하는 한편 몸바사항과 우간다 국경을 잇는 철도를 건설하려 하고 있다. 케냐는 또 북부 해안도시 라무에 새 항만시설을 만들어 이를 우간다에 송유관으로 잇는 계획을 갖고 있다.
케냐와 우간다, 르완다가 이처럼 지역 통합에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면서도 탄자니아와 부룬디는 포함되지 않은 것.
이에 대해 EAC 의장국인 우간다의 한 관리는 탄자니아가 지역통합에 그다지 적극적인 의사를 보이지 않아 협의에서 배제된 것이라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탄자니아와 르완다 간의 긴장 관계를 그 이유로 거론하고 있다.
키크웨테 탄자니아 대통령은 최근 콩고민주공화국 동부지역의 반군 문제와 관련해 인접국들이 무장단체와의 평화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르완다 폴 카가메 대통령은 불쾌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투치족 수십만명을 학살한 후투족 잔당(FDLR)과 협상을 하라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지난 1994년 투치족과 그에 온정적인 후투족 80만명이 학살된 사태 이후 만행을 저지른 후투족 잔당이 민주콩고 동부지역 정글지대에서 여전히 암약하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탄자니아는 민주콩고에 주둔하는 유엔평화유지군에 증강된 전투여단(IB)에 병력을 파견한 상태다. 유엔 전투여단은 콩고 정부군을 도와 반군 M23을 격퇴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M23은 그동안 르완다 정부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다고 여겨져왔다. 다만 르완다 정부는 그런 주장을 부인해왔다.
한편 EAC는 오는 30일 정상회의를 가질 예정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