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소재 알자지라 아메리카(AJAM) 방송은 7일(현지시간) 쿠바 관타나모 미군 기지 수용소에 수감 중인 팔레스타인계 알카에다 사령관 아부 주바이다가 쓴 일기를 일부 공개했다.
알자지라 아메리카는 카타르에 본부를 둔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저널리즘의 새로운 목소리'를 모토로 지난 8월 뉴욕 맨해튼에 미국 전역 송출을 목표로 설립한 방송사다.
총 6권 분량의 이 비밀 일기에는 사우디 아라비아 태생의 주바이다가 알카에다 현장 사령관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행적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일기장은 과거 조지 W. 부시 대통령 행정부가 수십 명의 알카에다 조직원을 대테러 용의자로 규정, 정식 기소절차와 재판을 거치지 않고 수감하는 근거로도 활용됐지만, 그 내용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주바이다가 2002년 체포되기 전까지 만난 알카에다 등 주요 테러단체 지도자들이 등장하는 대목에 주목했다.
이 중에는 2011년 미군에 사살된 알카에다 최고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부터 그 후계자인 아이만 알자와히리, 1993년 세계무역센터 폭파를 기도한 람지 유세프, 탈레반의 정신적 지도자인 물라 오마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알자지라 아메리카는 CIA와 미국 연방수사국(FBI)에서 알카에다 관련 업무를 봤던 전직 정보 당국 관계자로부터 일기장의 영어 번역본을 넘겨받았다고 밝혔다.
CIA는 한때 주바이다를 알카에다의 '넘버 3'으로 지목하고 10여 년간 총 83차례 '물고문'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수감자들에 대한 가혹행위 논란에 휩싸이자 CIA는 주바이다가 임박한 테러 공격에 대한 정보를 숨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기에 따르면 주바이다는 인도 유학 중이던 1991년 1월 알카에다 합류를 결심하고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했다.
주바이다는 일기에서 "어제서야 난 아프가니스탄에 가기로 했다, 모든 것이 준비됐으나 상황이 두렵긴 하다"고 말했다.
그는 "순교에 대한 당장의 의지만큼이나 좋은 아내와 작은 집, 자녀, '아빠'라는 이름을 원하는 것 또한 부정할 순 없다"며 종교적 신념과 평범한 삶에 대한 번민을 드러냈다.
이날 주바이다 일기 첫 권을 공개한 방송은 나머지도 곧 공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