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튀빙겐대 마틴 아이크너 교수와 독일 로이들링겐 보건당국의 스테판 브로크만은 의학전문지 랜싯에 이런 내용의 논문을 8일 게재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지와 AFP통신이 보도했다.
바이러스 전염병인 소아마비는 감염되더라도 심각한 마비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200명 중 1명에 그쳐 자신조차 감염을 모르는 보균자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연구진은 시리아 내전으로 난민이 급증하면서 이런 '비자각' 보균자들이 유럽에 넘어와 소아마비를 퍼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에서는 2002년 소아마비가 박멸돼 오스트리아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등 국가는 예방백신 접종률도 상대적으로 낮다. 이런 나라는 집단면역력(herd immunity)이 약해 소아마비가 퍼지면 피해가 크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아이크너 교수 등은 이어 난민에게 소아마비 백신을 접종하고 하수도에서 바이러스 존재 여부를 정기적으로 검사하는 조처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시리아는 오랜 내전으로 영유아 백신 접종률이 떨어져 14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달 소아마비 발생이 확인됐다. 현재 확인된 발병 사례는 10건에 불과하지만 WHO는 발병 건수가 금세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시리아는 2011년 3월 내전이 시작된 이래 국외로 빠져나간 인구가 210만여명을 헤아린다. 2차 대전 이래 세계 최악의 난민 사태로 꼽히는 이유다.
그러나 유럽을 놓고 볼 때 시리아인 망명을 허용한 국가는 스웨덴 한 곳에 그쳐 대다수는 불법체류자 신세로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도 올해 2월 기준으로 시리아인 200여 명이 난민 지위를 신청한 상태다.
소아마비는 사람 간의 접촉을 매개로 전염되며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진국에서는 대다수 사라졌지만 파키스탄과 소말리아 등 일부 지역에서 여전히 유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