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싣는 순서>
① '생태복원 역행'하는 청계천+20프로젝트
② 인공하천으로 흐르는 돈
③ 청계천 복제 '사업계획 부실 논란'
④ 청계천+20,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⑤ 제2의 4대강 전락 막으려면
사업비 490억원의 약사천 복원 사업은 춘천 도심의 봉의초교부터 공지천 합수지점까지의 길이 850m, 폭 6~12m에 이르는 하천을 복원해 인근 소양강 물길을 끌어들여 사계절 맑은 물을 흐르게 하겠다는 목표로 추진됐다.
하지만 준공 직전부터 최근까지 약사천은 비만 오면 오수 유입 소동을 반복했다. 약사천 상류 오·우수 분류 공사가 마무리되기 전에 사업을 서둘러 추진하다 빚어진 일이다.
춘천시의회 이원규 의원은 "상류 하수관로가 오·우수 분류가 안된 상태에서 공사를 서두르다보니 도심 생태하천을 복원하겠다는 당초 목적도 달성 못하고 치적쌓기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시 관계자는 "국비를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공사가 서둘러진 측면은 있지만 올해 말이면 상류 오·우수 분류화 공사가 95%가량 완료돼 오수 유입문제는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춘천시 약사천 상황은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다른 지역에서도 예견되고 있다.
아산시는 "30년 빈도 이상의 비가 내리면 온천천에 상류의 생활하수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빗물에 의해 오수가 희석돼 오염도는 극히 미미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오·우수관 분리사업은 계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답했다.
유지용수에 따른 환경오염 우려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경남 통영시 정량천은 상류와 하류에 저류조를 건설해 물을 순환시키는 방식으로, 대구 수성구 범어천과 경기 의정부시 백석천은 하수처리장 방류수를 유지용수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방류수 재활용과 관련해 각 자치단체들은 수질이 기준치 이하라며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지만 주민들이 체감하는 생태하천과 동떨어지는데다, 여름철 녹조 발생 등 오히려 하천 오염의 주범이 될 수 있다는게 지역 환경단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강원대 환경학과 김범철 교수는 "방류수의 인 성분 기준을 현재보다 50배 이하로 낮춰야만 녹조 발생을 막을 수 있다"며 "자치단체와 정치권에서는 경관 효과에만 주목하는 반면,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생태복원이라는 기대치의 갭이 크기 때문에 논란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녹색연합 장윤경 사무처장은 "하수처리장 방류수를 하천 유지용수로 사용하다보면 우선 시민들의 물 이용도 불가능하게 되고 무엇보다 생태계의 제대로 된 복원이 심각하게 저해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