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안도현(52) 시인에 대한 심리를 맡은 전주지법 제2형사부(은택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안 시인에 대해 일부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다만 후보자비방죄에 대해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이를 두고 법원이 정치적인 외풍에 흔들려 국민참여재판의 가치와 사법의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달 28일 '박근혜 후보가 안중근 의사의 유묵 도난에 관여했다'는 내용을 트위터에 올려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은 안도현 시인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들은 허위사실공표 뿐 아니라 후보자 비방 혐의에 대해서도 모두 무죄 평결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진행자인 주진우 시사IN 기자와 안도현 시인이 잇따라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무죄 평결을 받자, 정치권과 일부 언론을 통해 '감성재판'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며 국민참여재판의 공정성이 논란이 됐다.
국민참여재판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당일 선고하도록 하고 있지만 '안도현 사건' 재판부는 선고를 7일로 미룬 뒤 일부 유죄 판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가 스스로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미흡한 인식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판부는 선고유예 결정을 내림으로써 안 시인이 실형을 살지 않도록 한 점이 배심원 전원일치 무죄 평결을 존중한 부분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결국 무죄가 아닌 유죄 판결이란 점에서 사실상 배심원 평결을 무시한 '꼼수'란 지적이다.
'안도현 사건'을 둘러싼 정치 논란의 한가운데 놓인 재판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배심원 평결과 재판부 판단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만 보인 것이다.
재판부가 배심원들을 평가절하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도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법률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 구성된 배심원이 법리적인 관점에서 유무죄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고, 사안의 성격상 배심원의 정치적인 입장이나 지역의 법감정, 정서에 판단이 좌우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적 절차를 거쳐 선정된 배심원들이 편향된 정치색때문에 감성에 치우쳐 잘못된 판결을 했다는 것을 전제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어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과 교수는 "배심원의 판결을 존중했다지만 엄밀히 말하면 전혀 존중하지 않은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유무죄 판단에는 국민이 만든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법관보다는 국민의 판단을 따르는 것이 적합했다"고 지적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정 지역의 정치색을 언급하며 국민참여재판의 공정성을 흔드는 것은) 여성이 피해자인 가정폭력 사건에 여성이 배심원으로 참여할 수 없다는 논리와 같다"고 말했다.
또 "국민의 의사는 장기적으로 옳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 국민참여재판 제도인데 이에 대해 계속된 신뢰를 보여주지 않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흔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국민참여재판의 기본 취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정치적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 결과라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국민참여재판을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