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소재로 한 노브레싱이 청춘예찬의 희곡인 데 반해, 동창생은 남북 분단의 현실에 내던져진 한 청년 남파공작원의 비극적인 삶을 다뤘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해관계(동창생의 경우 그 극단적 결과물인 분단)로 얽히고설킨 어른들의 세계와 타협하지 않고 자기 세대의 가치를 지키려는 청춘들의 당당함을 그렸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일맥상통한다.
원일(서인국)과 우상(이종석)은 어릴 때부터 수영 유망주로 꼽히던 라이벌 관계였다. 하지만 우상이 한국 수영계의 독보적인 위치에 오르는 동안, 천재로 불리던 원일은 수영을 그만두고 하루 하루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꿈도 내일도 없이 우스꽝스레 풀어진 모습의 원일과 전 국민의 마린보이로 성장한 우상은 각기 다른 이유를 지닌 채 명문 체고에서 다시 만나지만, 무슨 일인지 원일은 우상과의 정면승부를 자꾸만 피한다.
그러던 중 특별한 일을 계기로 둘의 우정은 깊어지고, 아직 끝나지 않은 승부를 가르기 위한 한판싸움을 준비한다.
노브레싱은 라이벌 관계인 두 남자 주인공과 그 사이 여주인공 정은(권유리)을 기본 구도로 한결같은 청춘예찬의 이야기를 엮어간다.
원일과 우상이 경쟁보다는 우정에 바탕을 둔 협력을 통해 진정한 라이벌로 거듭난다는 극의 흐름이 인상적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118분 상영.
리명훈(최승현)은 유일한 가족인 여동생 혜인(김유정)을 살리고 싶으면 공작원이 되라는 제안을 받아들이고, 홀로 남으로 내려온 열아홉 살 청년이다.
목표물은 반드시 제거하는 일명 '기술자'가 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지만 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고등학생 강대호로 위장해 학교에 다니던 그는 부모도 친구도 없이 학교에서 겉도는 같은 반 친구 혜인(한예리)을 보며 자신과 동생의 처지를 동시에 떠올린다.
친구 혜인에게 마음을 열어가던 명훈은 위험천만한 임무를 수행하면서 점점 감당하기 힘든 운명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최승현은 앞선 세대가 만들어놓은 부조리한 세상에 내던져진 10대 명훈을 연기하면서, 힘겨운 운명과 두 개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데 따른 정체성의 혼란을 눈빛으로 말한다.
서울말과 북한말의 특징들이 골고루 섞인 듯한 평양말을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15세 이상 관람가, 113분 상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