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병원에는 구속집행정지 중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이미 10개월째 입원 중이며 앞서 입원했던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신장이식 수술을 받고서 회복돼 지난달 말 퇴원했다.
조 회장은 지난달 자택과 그룹 본사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때도 어지럼증을 호소해 입원 치료했고 지난달 11일 국회출석을 앞두고도 입원한 뒤 관련 소명서를 제출했다.
효성 관계자는 "고령인데다 그룹에 대한 세무조사와 검찰조사로 심적인 부담이 커 건강이 더 나빠진 것 같다"고 입원하게된 배경을 설명했다.
조 회장은 올해 78세로 비교적 고령인데다 지난 2010년 담낭종양제거 수술을 받은 전력도 있어 검찰 수사를 앞두고 심한 압박감에 건강이 악화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검찰 조사를 받거나 감옥행만 결정되면 하나같이 병원행을 자처하는 재벌회장들의 나쁜 습관이 이번에도 재발됐다는 비난이 높다.
특히 이번 입원의 순수성이 의심받는 데에는 검찰의 효성 비자금 수사와 관련, 조 회장이 수사 방해 수준의 은폐를 시도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CBS노컷뉴스는 11월 4일 자 '조석래 회장 "절대 감옥 못 가"..임원들에 진술거부 지시' 제하의 기사에서 조 회장이 임직원들을 상대로 “나는 절대 구속될 수 없다”, “감옥에 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조 회장이 이처럼 '수사 가이드라인'을 설정함에 따라, 임직원들이 조 회장의 구속을 막기 위해 조 회장 등 오너 일가의 혐의와 관련된 진술을 최대한 하지 않거나 종전 진술을 번복하는 형식으로 검찰 조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조사를 받던 효성 임직원들이 '외환위기 때 생긴 부실을 공적자금을 받지 않고 10년 동안 이익을 내서 갚아왔다'는 등, 효성 측의 종전 해명을 일사불란하게 되풀이하면서 검찰은 조 회장에 대한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재벌회장들이 사법처리 과정에서 '건강상의 이유'를 핑계로 단죄의 칼날을 피하려 했던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가깝게는 조 회장과 같이 서울대 병원 신세를 졌던 김승연 한화 회장과 이재현 CJ회장이 있었고, 재벌회장들에게 집행유예가 유행이었던 과거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나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휠체어 장면을 연출하며 법관들의 동정심을 이끌어내려 애썼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학생을 청부살해해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던 이른바 '영남제분 사모님' 윤모씨가 가짜진단서를 내고 형집행정치로 6년 가까이 병원에서 생활하는가 하면 구급침대에 누워 영장실질심사 법정에 들어갔던 김하주 영훈학원 이사장이 영장이 발부된 뒤 태연하게 걸어나오는 장면에서 병을 핑계로 하는 가진자들의 사법체계 농락이 한계점에 다달았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이런 현상이 반복될 수록 국민들의 사법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구속이나 징역형을 당한 회장들이 기다렸다는듯이 병을 핑계로 특별 대우를 요청하고 이를 사법당국이 받아들이는 모양새가 반복되면 사법부가 경제권력의 편의를 봐준다는 잘못된 인식을 국민들에게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일반인의 경우 매우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는 형집행정지나 중범죄에 대한 불구속 수사가 유독 재벌회장들에게 빈번하게 적용되면 형평성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오히려 재벌가등 특권층에 대한 사법처리 잣대가 일반인보다 훨씬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