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미군, 철수 앞두고 장비 대거 폐기 '논란'

"미군이 철수를 앞두고 쓰던 장비를 모두 파괴한 뒤 고물로 우리에게 넘기고 있습니다."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주(州)에 있는 고물업체 주인은 미군과 여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이 머무는 공군기지에 들어선 고물 집하장을 가리키며 이같이 불평했다.

길이 1km 남짓한 집하장에는 발전기, 달리기용 운동기구, 페달밟기 운동기구 등 군사적으로 위험하지 않은 장비까지도 흉물스런 고물로 변신해 있다.

아프간 주둔미군이 내년 말 철수를 앞두고 장비 대부분을 폐기하면서 아프간측 불만을 자초하고 있다고 AP통신이 7일 보도했다.

아프간인들은 "미군이 장비를 파괴하지 않고 남겨두면 아프간인들은 이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군측 주장도 그 나름대로 '일리'는 있다.


장비를 그대로 남겨둔 채 철수하면 반군 탈레반 손에 넘어가 폭탄제조 등에 사용될 우려가 있거나 미국으로 장비를 되가져가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판단, 이러한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다.

작년 이전부터 장비 폐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 미군은 지난해 한해 동안에만 자동차와 온갖 장비를 폐기, 1억7천600만kg의 고물로 만든 뒤 아프간 고물업체에 4천650만 달러(약 493억원)에 팔아치웠다.

미군은 2001년 말 아프간 침공 이후 그간 330억 달러어치의 장비를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프간에서 미군이 취하는 조치는 미군이 이라크를 철수할 당시 1억 달러어치의 사용가능한 장비를 기부하거나 판매한 것과는 사뭇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옛 소련도 1989년 아프간 점령 10년을 끝내고 철수할 때 상당수의 장비를 그대로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미군 관계자는 "나토군이 지금까지 아프간 측에 장비 7천100만 달러어치를 넘겼다"며 "이중 6천400만 달러어치는 미군 장비"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우리는 장비 폐기 여부를 결정할 때 아프간군에 해당 장비가 필요한지 등을 묻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프간 정부는 미군이 장비를 일절 폐기하지 않고 철수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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