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차관은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변국들은 일본이 전수방위(상대의 공격을 받았을 때에 한해 방위력을 행사하는 것)의 틀을 넘는 논의를 하고 있다고 우려한다"며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은 정책을 변경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 차관은 또 "역사 문제를 안고 있는 일본은 주변국 국민의 신뢰를 얻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일반론이지만 일국의 안보정책 변경이 타국 주권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자위대가 한국 영토나 영해 등에서 활동하려면 한국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며, 미일 양국은 한국 정부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백 차관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일본이 지금 집단 자위권을 추구하기 보다 한국을 비롯한 중국.동남아 등 역내 국가들과 '상호신뢰'를 축적해야 할 때임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일본 아베 정권의 급격한 우경화로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집단 자위권 행사에 한국이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이 미국의 비호하에 집단 자위권 행사를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외교부를 비롯한 우리 정부가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백 차관의 이같은 발언은 이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우리 측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사표시로 해석된다.
한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를 우리 정부가 용인하거나 마는 식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며 더 큰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은 바 있으며 이날 백 차관의 발언 뒤에도 "집단 자위권에 대한 정부 입장은 변화가 없다"며 기존 입장을 그대로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