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상황만 보면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이나 박근혜정부의 공약파기, 민주당 문재인 의원 소환 등 중요현안이 모두 통합진보당에 가리는 모양새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통진당이 중요한 사안마다 북한의 지령에 따라 움직였다”는 등의 말을 쏟아내며 정부의 청구를 환영했다.
“권위주의 시대에서 민주주의 시대로 이전하면서 진보의 이름 아래 사실상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부정하는 세력들이 많이 성장한 것은 사실”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통합진보당을 고리로 해서 ‘진보를 가장한 종북‘이라는 프레임으로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실제로 통진당 종북 논란은 적어도 내년 6월 지방선거 때까지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매무 높아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비록 훈시규정이기는 하지만 심판청구를 접수한 지 180일 안에 최종결정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 지방선거 직전 헌재의 결정이 나온다는 뜻이다.
지금으로서는 180일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지만 그렇더라도 결정이 늦어지는 이유 등을 놓고 통진당이 다시 정국 현안으로 떠오른다면 여당에게는 불리한 상황이 아니다.
시간표 상으로 보면 결정이 나오든 안 나오든 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대대적인 종북몰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석기 의원이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정부 여당은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서둘러 통진당을 의제화한 것으로 보인다.
통진당 해산심판청구의 주요 근거 중 하나는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 혐의이지만 이 의원에 대한 1심 재판이 헌재의 결정 전에 있을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정의당 노회찬 전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내년 지방선거까지 공안문제를 중심화두로 정치를 끌고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1야당인 민주당은 통진당 해산심판청구를 비판하면서도 종북 프레임을 의식해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신중”을 당부하면서도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북한식 사회주의 정권 수립을 추구하고 있는지에 대해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고 통진당에 요구했다.
전병헌 원내대표 역시 “종북척결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는 준동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면서도 “민주당은 종북세력을 단호하게 배격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여당이 놓은 ‘종북의 덫’에 걸리면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이고 향후 정국주도권을 장기간 잃을 수도 있는 만큼 “우리는 종북이 아니다“는 필사적인 인정투쟁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다만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상황은 반전될 가능성도 있다. 만약 헌재가 청구를 기각할 경우 정부 여당이 근거없는 종북몰이를 했다는 역풍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