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 유재학 감독 "수비가 대세로 굳어졌다"

울산 모비스의 유재학 감독 (사진 제공/KBL)
1년 전과 똑같이 코트 위에서 30분을 뛰더라도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빨리 발이 무거워진다. 모든 감독들이 한발짝 더 뛰는 농구를 주문하기 때문이다.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의 '만수' 유재학 감독이 바라본 2013-2014시즌 프로농구의 풍경이다.

10개 구단의 수비 농구가 갈수록 체계화되어가고 있다. 위성우 춘천 우리은행 감독이 상상을 초월하는 훈련량을 앞세워 부임 첫 해에 우승을 차지하자 여자프로농구에 강훈련 바람이 불어닥친 것과 비슷하다. 최근 수비 농구를 지향하는 팀들의 잇따른 성공으로 남자프로농구에서 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났다.

사실 수비는 농구에서 승리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다. 1980년대 미국프로농구(NBA) LA 레이커스의 주전 포인트가드를 맡아 농구 역사상 가장 화려한 공격농구를 이끌었던 매직 존슨 현 LA 다저스 공동 구단주도 자신의 자서전에 "농구에서 이기기 위한 세 가지 법칙이 있다. 수비, 수비 그리고 또 수비"라고 적었을 정도다.

그래도 유재학 감독은 "올 시즌은 예전보다 수비가 대세로 굳어진 것 같다"며 상위권에 있는 부산 KT와 전주 KCC를 예로 들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KT가 득점이 높고 슛도 잘 들어가고 해서 공격 농구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KT는 수비 농구를 하는 팀이다. 수비가 아주 타이트하다. KCC가 잘하는 것도 수비가 엄청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다수의 농구 관계자들이 동의하는 내용이다. 창원 LG의 김진 감독은 "예전에 비해 수비 전술이 굉장히 많이 발전했다. 그에 반해 공격 전술이나 선수들의 기술이 따라가는 속도는 느린 편"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시즌 리그 평균 득점은 74.6점으로 지난 시즌 73.4점보다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올 시즌 2점슛 성공률은 49.4%에 불과하다. 프로농구 사상 2점슛 성공률이 50% 미만을 기록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수비자 3초룰이 사라진 지 2시즌째, 각 팀들이 골밑을 사수하는 방법이 나날이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강력한 수비 농구는 활발한 로테이션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엄청난 체력 소모를 동반한다. 따라서 벤치의 깊이가 정규리그 순위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게 유재학 감독의 생각이다.

그는 "노쇠화된 팀은 힘들어질 것이다. 같은 30분을 뛰더라도 올 시즌에는 45분을 뛴 것처럼 힘이 든다. 1.5배 정도 더 힘들어졌다. 예전에 30분 뛸 때와는 다르다. 그만큼 수비에서 드는 체력 소모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유재학 감독은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정규리그 1위를 지키고 있는 SK의 강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바라봤다. "뒤에서 받쳐주는 멤버가 풍부해야 한다. 연봉이 몇몇 선수에게 집중된 팀들은 고전이 예상된다. SK가 좋은 이유도 구준히 좋은 선수들을 모았기 때문에 그렇다.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재학 감독은 요즘 전준범과 김영현, 이대성 등 올해 신인드래프트에서 뽑은 신인들에게 꾸준히 기회를 주고 있다. 박구영과 이지원 등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장기 레이스에서 버티기 위한 대비책이다.

유재학 감독은 "우리는 벤치가 약한 팀이다. 신인들이 우리 팀 조직력에 젖어들고 어느 정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면 우리도 뒤에서 버텨주는 멤버들이 생기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은 양동근의 백업이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들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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