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무르시 평상복 차림과 정치적 발언 논란

무르시 재판 당일 거리에서 큰 유혈충돌은 없어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피고인으로 출석한 법정에서 행한 정치적 발언과 평상복 차림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무르시는 당일 카이로 동부 외곽 경찰학교에서 진행된 첫 공판에 넥타이 없이 흰색 와이셔츠에 짙은 파란색 재킷을 입고 나타났다.

담당 판사와 법무부 측이 무르시에게 피고인 복장을 할 것을 지시했지만 무르시가 이를 끝까지 거부해 다른 피고인들과 달리 평상복 차림을 한 것이다.

무르시와 함께 법정 철창 안에 있는 피고인 14명은 흰색 작업복 차림의 죄수복을 입고 있었다.

이집트 법정에서는 미결수의 경우 흰색 죄수복을, 유죄 판결을 받은 수감자는 파란색 죄수복을 입고 출석해야 한다.

이집트 판사 엘벨쉬는 "피고인 복장을 거부한다고 해서 재판이 중단되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법원은 형사 절차법 위반으로 무르시를 처벌할 수 있다"고 일간 알아흐람에 5일 밝혔다.

엘벨쉬 판사는 또 무르시가 피고인으로서 자신의 혐의에 대해 변호하는 발언만 할 수 있고 정치적 발언은 법정에서 금지된다고 지적했다.

무르시가 이를 어기면 법원은 경찰에게 그를 법정 바깥으로 끌어내도록 지시하거나 다음 재판 때 무르시의 출석을 금지할 수 있다고 엘벨쉬 판사는 설명했다.

무르시는 당시 법정에서 "나는 이집트 공화국의 합법적 대통령"이라고 밝히고 법원의 권위도 전면 부정했다.

자신만이 이집트 자유민주 선거를 거쳐 선출된 유일한 대통령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또 "이것은 군사 쿠데타이다. 쿠데타 주역들이 재판을 받아야 한다"며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쿠데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무르시는 자신의 의지에 반해 강압에 의해 법정에 출석한 만큼 이 재판이 무효라는 논리도 폈다.

무르시 측 변호인단의 변론 내용도 논란거리다.

무슬림형제단의 자유정의당이 임명한 무르시 측 변호인은 "2012년 헌법 선언에 따르면 (무르시) 대통령은 의회에서 3분의 2 승인 없이 특별법정에 설 경우를 제외하고 기소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흐메드 오다 판사는 "무르시가 현재 대통령이 아니므로 이 변론은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며 "무르시는 지난 6월30일 시작한 시민 혁명으로 축출됐다"고 말했다.

법정 내부에서는 논란이 있었지만, 거리에서 대규모의 유혈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무르시 지지자들이 당일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를 예고하고 일부 지역에서 실제로 무르시 복권을 촉구하는 거리 시위가 진행됐지만 이렇다 할 불상사는 없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무르시가 재판을 받은 카이로 동부 외곽 경찰학교 주변에는 수백명이 모여 재판에 항의했지만, 이는 예상보다 훨씬 적은 수치다.

무르시 지지 시위에 참여한 무니르 압달라는 "이집트 언론과 정보기관이 무르시 지지자들에게 혼선을 일으켜 집회 참가자 수가 적었다"고 말했다.

이집트 당국이 시위대의 기세를 꺾고 혼란을 주려고 무르시에 대한 재판 장소를 재판이 시작되기 하루 전날 밤 갑자기 바꿨다는 것이다.

무르시 지지자들이 경찰학교 주변에서 친군부 성향의 언론사 기자에게 몰려가 위협을 가하기도 했지만, 해당 기자가 현장에서 바로 빠져나와 충돌이 확대되지 않았다.

이집트 정치·전략 연구소 '아흐람센터'의 알리 바크르 연구원은 "무슬림형제단이 지도부의 체포를 포함한 여러 이유로 시위대 동원 능력을 상실했다"고 분석했다.

당일 재판이 끝나고 나서 무르시는 지중해 해안도시 알렉산드리아 인근의 보르그 알아랍 교도소로 이송됐고 나머지 무슬림형제단 피고인들은 카이로 남부 토라교도소로 옮겨졌다고 아흐람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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