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용산구 이태원동에 사는 A(30,여) 씨는 4일 새벽 친구, 그리고 주한 미군 L(24) 씨와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
집 근처 술집에서 우연히 만나 집까지 이어진 술자리였는데, 문제는 L 씨의 술버릇이었다. L 씨는 술에 취해 점차 목소리를 높이며 소란을 피웠다.
A 씨는 “너무 시끄럽다”며 집에서 나가라고 요구했지만 L 씨는 요지부동이었다. 참다못한 A 씨는 112에 신고를 했다.
이에 L 씨는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친구의 휴대전화를 집어던지더니 주먹을 휘둘러 A 씨와 친구의 얼굴 등을 여러 차례 때리기까지 했다.
L 씨는 급기야 A 씨의 휴대전화를 훔쳐 집을 나간 뒤 택시를 타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L 씨가 탄 택시를 금세 따라잡았다. 그러자 L 씨는 택시 뒷문을 열고 약 300여m를 도망쳤지만 막다른 골목에 가로막혔다.
다급한 L 씨는 담 앞에 있던 쓰레기통을 밟고 올라가 반대편으로 뛰어내렸지만 무려 7m 높이의 낭떠러지였다. L 씨는 이가 부러지고 눈 부위가 찢어지는 중상을 입고 결국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L 씨를 절도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미 8군 헌병대에 범죄사실을 통보했다.
경찰은 치료가 끝나는 대로 L 씨를 소환해 조사한 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미군에 넘길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L 씨는 경기도 의정부의 한 부대에서 근무하는 미군으로 확인됐다”며 “이태원에서는 술을 마시며 한국 여성과 함께 어울리다 싸워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