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친이슬람 정당, 나토 공급로 차단 위협

무인기 공격 중단 요구…탈레반 지도자 사망에 반발

미국 무인기 공격으로 파키스탄 탈레반 지도자가 사망한 데 대해 파키스탄 내 반발이 거센 가운데 북서부 지역의 친이슬람 정당이 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군 군수 공급로를 차단하겠다고 위협하고 나섰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파키스탄 카이버 파크툰크와 주 정부를 이끄는 테흐리크-에-인사프(PTI)당은 미국이 이달 20일까지 무인기 공격을 멈추지 않으면 나토군 공급로를 끊겠다고 이날 결의했다.

PTI당의 임란 칸 총재는 탈레반과 평화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려는 참에 미국이 지난 2일 무인기 공격으로 탈레반 지도자 하키물라 메수드를 살해하는 바람에 협상에 차질이 생겼다고 비난하며 반발 분위기를 주도해왔다.


크리켓 국민스타 출신인 칸 총재가 속한 PTI 당은 무인기 공격 반대와 탈레반과 평화 협상 등을 내세워 올해 초 총선에서 주요 정당으로 발돋움했다.

나와즈 샤리프 총리도 이날 "우리 국민을 상대로 무분별한 폭력을 촉발해서 평화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사건 이후 그의 첫 공식 발언이다.

이에 앞서 지난 2일 차우드리 니사르 알리 칸 내무장관은 7주간의 평화 협상 준비가 무용지물이 돼버렸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아프가니스탄의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도 무인기 공격이 부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졌다고 말하며 이례적으로 파키스탄의 항의에 동참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파키스탄과 탈레반 간의 협상은 파키스탄 국내 사정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무인기 공격이 협상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미국은 파키스탄과 "극단적 폭력을 끝내는 데 있어 필수적이고 공통된 전략적 이해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NYT는 칸 총재의 나토군 공급로 차단 발상은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칸 총재는 아프간에서 미군 철수를 요구하고 있는데 지금 나토 공급로를 끊으면 오히려 미군 철수가 늦어지기 때문이다.

평론가들은 또 미국 등 국제 사회가 올해 파키스탄 개발을 위해 3억2천500만 달러를 지원하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카이버 파크툰크와 주 예산의 30%에 달한다.

주 재무장관은 지원금을 반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정부는 국제 사회 기부자들에게 계속 경의를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인기 문제에는 연방 정부의 경제적 이해관계도 담겨있다.

샤리프 총리가 지난달 미국을 방문해 오바마 대통령을 만났을 때 미 국무부는 과거 양국 관계가 경색되면서 동결된 지원금 16억 달러를 지급하고 내년에 10억 달러를 추가로 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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