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원, 직장내 성차별 금지법안 처리 가속도

필리버스터 회피 필요한 60명 지지 얻어내…하원 통과 미지수

미국 상원이 동성애자 등 성적 소수자를 직장 내 고용 등에서 차별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고용차별금지법안'(ENDA, Employment Non-Discrimination Act)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원은 4일(현지시간) 오후 이 법안의 토론 종결 여부를 투표에 부칠 예정이다.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를 피하기 위한 절차 투표의 하나인 토론 종결 표결에서는 총 100명의 상원의원 중 60명 이상이 찬성해야 72시간 이내에 토론을 끝내고 찬반 투표에 들어갈 수 있다.

이날까지 민주당 소속 55명 전원과 공화당 소속 5명이 이 법안에 찬성한다고 밝혀 첫 번째 관문은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점쳐진다.

딘 헬러(네바다) 상원의원이 공화당 의원으로는 다섯 번째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이슈에 대한 다양한 네바다 주민의 의견을 청취하고 여러 동료 의원들과 논의한 결과 이 법안에 찬성하는 게 옳다고 믿게 됐다. 이 법안이 어떤 상황에서도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준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공화당 소속으로 수전 콜린스(메인), 마크 커크(일리노이), 오린 해치(유타), 리사 머코스키(앨라스카) 상원의원도 ENDA에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공언했다.

법안을 지지하는 시민·인권단체 등은 여성인 켈리 에이요트(뉴햄프셔) 상원의원과 아들이 동성애자이자 동성 결혼을 지지한다고 밝힌 첫 공화당 상원의원인 롭 포트먼(오하이오) 상원의원의 찬성을 끌어내려 노력하고 있다.

ENDA는 동성애자임을 공개하는 사람에게는 군 복무를 금지하는 이른바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DADT) 정책이 폐기된 2010년 이후 가장 포괄적인 동성애 권리 보호 법안으로 평가된다.

이 법안은 1994년 이후 거의 모든 회기마다 상·하원에 제출됐으나 처리되지 못했다.

1996년에는 상원에서 한 표가 모자라 통과에 실패했고 2007년에는 하원을 통과했으나 상원 관문을 넘지 못했다.

당시 공화당 출신의 조지 W 부시(아들) 대통령은 ENDA가 의회를 통과한다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ENDA가 상원 전체회의에서 가결처리된다고 해도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을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존 베이너(공화·오하이오) 하원의장은 이날도 이 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의 대변인인 마이클 스틸은 "하원의장은 이 법안이 하찮은 소송으로 기업의 업무를 마비시키고, 특히 중소기업의 고용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언론 기고를 통해 "수백만명의 LGBT(성소수자) 미국인이 매일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직장에 나간다. 이건 분명하게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을 통해 "의회는 ENDA를 처리해 성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라는 편협성과 맞서 싸워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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