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장관은 이날 사우디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요한 문제 해결을 위해 양국 관계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AP와 AFP 등 주요 외신들이 전했다.
그는 또 "사우디는 이집트와 함께 아랍 지역의 주요 국가"라면서 "이집트가 권력 이양 과정에 있어 사우디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케리 장관은 이어 지난 2월 국무장관으로 취임한 이래 처음으로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을 예방했다.
이는 최근 미국의 여러 중동 정책에 대한 사우디의 불만으로 껄끄러워진 양국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사우디는 최근 미국의 시리아 정책과 이란과의 화해 움직임, 이집트 지원 중단 등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해 왔다.
특히 사우디는 시리아 공습안을 포기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결정에 분노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이란 사이에 조성된 우호적인 분위기 역시 사우디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9월 말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했다가 귀국하는 로하니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고 국제사회는 양국이 화해 수순을 밟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우디는 이슬람 수니파의 종주국으로 시아파 맹주인 이란과 경쟁 관계에 있고 시리아 정권은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화해 조짐에 사우디로서는 신경이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미국과 사우디의 견해차는 지난 7월 이집트의 군부 쿠데타 때에도 나타났다.
미국은 쿠데타 제재 차원에서 사우디가 옹호하는 이집트 군부 정권에 대한 지원 중단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사우디의 정보수장인 반다르 빈 술탄 알 사우드 왕자가 지난달 유럽 외교관들을 만난 자리에서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미국 중앙정보국(CIA)과의 협력을 줄이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반다르 왕자는 22년간 미국 주재 대사를 지낸 사우디 내 대표적 친미 인사여서 미국으로서는 더욱 충격이 컸을 것으로 여겨진다.
사우디가 지난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 이사국 자리를 거부한 것도 미국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케리 장관도 시리아와 이란 정책 등에서 미국이 걸프국들과 다소 차이가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이 같은 차이가 전술적인 차이일 뿐 전략적 목표는 모두 같다고 주장했다.
케리 장관은 이집트 방문 기간 기자들에게 이같이 밝히고 "시리아 내전을 끝내고 과도 정부를 세운다는 목표에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란은 절대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이는 미국 대통령의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케리 장관은 "우리는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요르단, 이집트, 그리고 다른 역내 우방을 위해 옆에 있을 것"이라면서 "이들 국가가 외부의 공격을 받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는 그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케리 장관은 사우디에 이어 폴란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요르단, UAE, 알제리, 모로코를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