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국영TV와 알아흐람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무르시는 이날 오전 카이로 동부 외곽 경찰학교에서 진행된 첫 공판에 넥타이 없이 짙은 파란색 재킷을 입고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죄수복 입기를 끝까지 거부해 다른 피고인들과 달리 평상복 차림을 한 것이다.
무르시가 임시 법정 한쪽에 마련된 철창 안에 들어서자 이미 그 안에 있는 다른 피고인들을 박수로 그를 반겼다.
재판이 시작되자 무르시의 강경 발언이 쏟아졌다.
무르시는 지금도 자신이 이집트 공화국의 합법적 대통령이라고 밝히고 사법부의 권위도 전면 부정했다.
자신만이 이집트 자유민주 선거를 거쳐 선출된 유일한 대통령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이것은 군사 쿠데타이다. 쿠데타 주역들이 재판을 받아야 한다"며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쿠데타 보호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무르시는 또 자신의 의지에 반해 강압에 의해 법정에 출석한 만큼 이 재판이 무효라는 논리를 폈다.
무르시가 담당 판사에게 진술하는 동안 14명의 무슬림형제단 피고인들 사이에서 "군부 퇴진" 구호가 반복적으로 나왔다.
재판장 아흐메드 사브리 유세프는 피고인들의 법정 소란에 2차례 재판을 중단하기도 했다.
법정 밖에서는 무르시 지지파 수백명이 '네 손가락 시위'를 벌이며 무르시 석방을 촉구하는 한편 군부를 비판했다.
네 손가락은 무르시 지지자들이 한 달 넘게 연좌농성을 했던 카이로의 '라바(Rabaa)광장'에서 비롯된 것으로 무르시를 지지하고 군부에 반대하는 시위대의 상징으로 통한다.
무르시 지지자들은 경찰학교 주변에서 친군부 성향의 언론사 기자들에게 몰려가 위협을 가하는가 하면 카이로 일부 지역에서는 무르시 반대파와 충돌하기도 했다.
이런 장면은 이집트가 무르시를 지지하는 이슬람주의 세력과 무르시 정권 축출에 앞장선 군부를 응원하는 무르시 반대파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