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현지시간)께부터 모스크바 동남부 '류블리노' 지역에서 러시아 민족주의 지지자 8천여명이 집결해 가두행진을 벌였다.
집회에는 각종 민족주의 단체 회원들과 프로 축구 클럽 회원 등이 참석했다.
검은 바지에 검은 점퍼를 입고 머리를 삭발한 극우민족주의 단체 회원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러시아인이여 단결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도로를 따라 행진하며 '러시아인을 위한 러시아' 등의 민족주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 지도부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외국 이민자들의 유입을 막고 옛 소련에서 독립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비자 체제를 도입하는 한편 남부 캅카스 지역에 대한 재정 지원을 줄일 것 등을 요구했다.
캅카스 지역과 중앙아시아 국가 출신 노동자들이 대거 러시아로 진출해 일자리를 차지하고 마약 유통, 폭력 행사 등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데 대한 대책으로 이들의 러시아 진출을 차단하거나 제한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모스크바에선 지난달 중순에도 중앙아시아 아제르바이잔 출신 청년이 러시아 청년을 칼로 찔러 살해한 사건에 당국이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는 이유로 러시아 민족주의자들이 소요를 일으키는 등 민족 갈등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시위 참가자들은 약 1시간 동안 가두행진을 벌인 뒤 집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내린 비로 집회 일정을 취소했다.
이에 대다수 가두행진 참가자들은 해산하고 1천여명 만이 남아 야외 연주회에 참석했다.
경찰은 이날 시위 현장에서 금지된 문장을 들고 있거나 나치주의 구호를 외치고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시위법을 위반한 참가자 30여 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큰 충돌은 없었다.
민족주의자들은 지난 2005년부터 거의 매년 제정 러시아가 폴란드의 지배에서 벗어난 것을 기념하는 '국민 통합의 날'인 11월 4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편 이날 오후 1시께부터 모스크바 서북쪽 '옥차브리스카야 폴례' 지역에선 제정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 창건 400주년을 기념하는 또 다른 민족주의자들의 가두행진이 벌어졌다.
미등록 정당 '위대한 러시아'가 1613년 로마노프 왕조 창건을 기념해 조직한 이날 가두행진에도 수천명의 러시아 민족주의자들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약 1시간 30분 동안 행진을 벌인 뒤 자진해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