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휴대폰 등 IT 기기로 촬영한 사진 등을 인터넷 서버에 실시간 자동 저장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기능을 이용해 토익시험 답안을 유출, 돈을 벌어들이려 한 일당과 부정시험 응시자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휴대폰 카메라 촬영 장치와 인터넷 자동 영상전송 프로그램 등 신기술을 이용해 부정하게 토익시험을 치른 혐의로 이모(30) 씨 등 브로커 2명과 속칭 '토익선수'로 불리는 모범답안 제공자 김모(27) 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또, 이 씨 일당에게 1인당 4백만 원의 사례비를 주고 시험 답안을 제공받은 혐의로 박모(29) 씨 등 토익시험 응시생 1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 씨 등은 지난달 27일 부산 북구 모 중학교에서 치러진 제 260회 토익시험에서 1인당 4백만 원씩의 사례비를 받고 토익 고득점자인 김 씨의 모범답안을 박 씨 등 12명의 응시자에게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속칭 '토익선생'으로 불리는 김 씨는 회당 150만 원 안팎의 돈을 받고 매회 토익시험에 참가하면서, 시험 도중 자신의 답안지를 왼팔 깁스 안에 숨겨둔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해 웹하드에 실시간 전송하는 수법으로 답안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 등은 김 씨가 실시간으로 웹하드에 올린 답안을 시험장 주변에 주차한 차량에서 휴대폰으로 확인한 뒤, 응시생들에게 미리 지급한 초소형 무전기를 이용해 정답을 알려줬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 일당은 인터넷 구직란에 수차례 토익 만점을 기록하는 등 어학시험 고득점 경력을 올린 김 씨를 포섭한 뒤, 인터넷 게시판에 토익 대리시험 희망글을 올린 사람들에게 접촉해 부정시험을 알선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중혁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은 "부정시험 브로커와 토익선생은 모두 IT 분야에서 전국대회 수상경력이 있는 전문가이거나 서울 명문대 재학생"이라면서 "청년 취업난에 시달리다 이같은 범죄의 길로 빠져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부정 시험을 치른 이들은 대부분 승진을 앞둔 직장인과 대학생, 취업준비생들이었다.
경찰이 시험주관사에 의뢰해 이들의 답안을 가채점한 결과, 평소보다 300~400점이나 오른 800~900점대의 성적으로 거뒀으며, 김 씨의 답안을 그대로 옮겨쓴 한 응시자는 평균 500점대인 자신의 성적을 크게 뛰어넘어 아예 만점(990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시험 주관사인 YBM 한국토익위원회로부터 토익 만점자가 계속해서 시험을 치고 있어 의심스럽다는 제보를 받고, 시험 당일 현장 주변에서 잠복수사를 벌인 끝에 이 씨 일당을 적발했다.
경찰은 서울에 거주하는 김 씨가 올들어 7차례나 부산에서 원정 토익시험을 치른 데다, 이 씨로부터 천2백만 원의 사례비를 받은 전력이 있는 점으로 미뤄 이전 시험에서도 부정행위가 있었을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이 씨와 김 씨 등은 이전에 치른 토익시험은 답안지 유출 방법을 연구하기 위한 사전 예행연습일 뿐이라며 추가 범행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