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 도청 폭로 파문 주역 스노든에 엇갈린 반응

백악관 "명백한 美 국익 훼손"…크렘린 "러시아 망명전 넘긴 자료"

미국 정보기관의 우방국 정상 통화 도청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도청 주장을 제기한 에드워드 스노든 전 미 중앙정보국(CIA) 직원의 행동을 두고 미국과 러시아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3일(현지시간) 러시아 주요 일간 '코메르산트'는 미 백악관 고위 관계자가 "스노든의 모스크바 활동은 명백히 미국의 국익을 훼손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스노든이 언론에 넘긴 자료 때문에 미 국가안보국(NSA)의 대규모 도·감청 활동이 공개된 것과 그가 최근 러시아를 방문한 독일 녹색당 소속 한스-크리스티안 슈트뢰벨레 의원을 만나 NSA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도청 의혹 등에 대한 수사에 협조할 의사를 밝힌 것 등이 모두 미국의 국익을 해치는 행동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자국에 임시 망명 중인 스노든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관은 "스노든은 합법적으로 임시 망명을 허용받고 러시아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누구와도 만날 자유가 있으며 우리는 그것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스노든이 슈트뢰벨레 의원을 만난 것이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이었다.

페스코프 공보관은 이어 "(메르켈 총리 도청 의혹 등에 대한) 정보들은 러시아에서 나간 것이 아니다"면서 "스노든이 미국에 해를 끼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어기도록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언론이 폭로한 NSA의 메르켈 총리 도청 의혹 등은 스노든이 모스크바로 오기 전 홍콩에 머물 때 넘긴 자료에 근거한 것이며 스노든이 러시아에서 추가로 건넨 자료가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등은 앞서 스노든이 폭로한 자료를 인용해 NSA가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한 유럽 주요국 정상들과 국민의 휴대전화 및 이메일 교신 내용 등을 추적하고 도·감청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메르켈 총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항의하는 등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스노든은 이 사건과 관련 러시아를 방문한 슈트뢰벨레 의원을 만나 NSA가 메르켈 총리를 10여 년간 도청했다는 의혹에 관해 자세히 알고 있으며 독일 검찰이나 의회에서 진행하는 조사에 도움을 줄 의사가 있다고 말해 파문을 키웠다.

스노든은 미국에 해를 끼치는 활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지난 8월 1일부터 러시아로부터 임시 망명을 허가받았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