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호주 당국이 대사관 등 외교시설을 활용해 동남아지역에서 광범위한 감청활동을 했다는 폭로가 나온데 이어 6년 전부터 첩보 공조가 이뤄진 사실이 이번 가디언 보도로 드러나면서 인도네시아와 호주간 외교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에드워드 스노든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직원의 폭로 문건을 인용, 호주 방위신호국(DSD)과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당시 인도네시아 안보 관리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정찰활동을 벌였다고 전했다.
2007년 12월 발리 유엔기후변화회의는 2009년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의 초석을 마련한 회의로 인도네시아와 호주 정상 등 세계 각국 정부 관리와 환경운동가, 언론인 등 1만여명이 참가했다.
케빈 러드 당시 호주 총리는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 회의에 참석, 취임 후 첫 국제 활동을 시작했으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교토의정서 비준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가디언은 그러나 NSA는 기후변화보다 미래 비상사태에 대비한 인도네시아 안보 관리들의 전화번호 수집에 더 큰 관심을 뒀다고 전했다.
DSD와 공조해 첩보활동을 한 호주 파인갭 NSA 기지는 2008년 1월 보고서에서 "목표는 (인도네시아 안보 관리들의) 연락망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이 목표를 위해 NSA와 DSD가 협력했다고 밝혔다.
두 정보기관은 그러나 이 활동에서 발리 경찰서장의 휴대전화 번호를 확보하는 데 그치는 등 큰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지난달 말 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가 자카르타 호주대사관이 NSA의 스파이활동에 참여했다고 보도한 뒤 강력히 반발해온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 폭로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 보도 후 자카르타 주재 호주대사를 소환해 해명을 요구하고 항의했으며, 마르티 나탈레가와 외무장관도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을 만나 이 문제가 양국 간 신뢰에 타격을 줄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러나 호주 측은 위법 행위는 저지르지 않았고 정보 문제에는 논평하지 않는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으며, 케빈 러드 전 총리 측도 이 문제에 대한 논평을 거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