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째 한솥밥' 박래훈-김종규의 유쾌한 인연

초중고에 이어 대학, 프로에서도 호흡 맞춰

3일 오후 창원에서 열린 창원 LG와 서울 SK의 경기에서 LG 김종규(사진 오른쪽)가 맹활약을 펼친 '선배' 박래훈(사진 왼쪽)과 기쁨을 나누기 위해 다가가고 있다 (사진=KBL)
"설마 또 나랑 붙겠어?"

프로농구 창원 LG의 가드 박래훈(24)은 지난 9월30일 신인드래프트 상위 지명권 추첨식을 누구보다 초조한(?) 마음으로 지켜봤다.

숫자 114가 적혀있는 구슬이 가장 먼저 밖으로 나왔다. 그 순간 LG 구단의 테이블이 벌떡 일어나 만세를 불렀다. 국가대표 센터이자 신인 최대어인 김종규(22)가 LG 유니폼을 입는 순간이었다. 박래훈은 "징하다 진짜"라는 혼잣말을 내뱉으며 웃었다.


박래훈과 김종규의 인연은 남다르다. 초등학교과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그런데 프로에서도 또 만났다. 일반적인 선후배 관계를 뛰어넘어 '영혼의 파트너' 수준이다.

에피소드도 많다. 김종규에게 농구 공을 처음 만지게 한 사람이 바로 박래훈이다.

박래훈은 "성남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을 때였다. 코치님과 함께 스카우트를 하려고 돌아다니는데 체육관에서 키큰 애가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농구를 해보지 않겠냐고 권했다. 물어보니 초등학교 3학년이라고 하더라. 그게 종규였다"며 웃었다.

낙생고를 졸업하고 경희대에 진학한 박래훈은 최부영 감독에게서 김종규를 잡아오라(?)는 특명을 받았다. 박래훈의 끈질긴 설득은 김종규가 경희대 유니폼을 입은 여러 이유 중 하나다.

박래훈은 "그때 감독님께서 운동보다 종규를 꼬시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오후 운동도 많이 빠졌다"며 웃었다.

3일 오후 창원 스포츠파크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의 홈 경기. 김종규는 20점 9리바운드 2블록슛을 올리며 LG의 81-77 승리를 이끌었다. 박래훈도 덩달아 힘을 냈다. 고비 때마다 3점슛을 터뜨리며 13점을 올렸다.

경기가 끝나고 김종규에게 어떤 순간이 가장 짜릿했냐고 물었다. "래훈이 형이 3점슛을 넣었을 때가 가장 기뻤다"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둘이 기자회견장에 동석을 했기 때문에 '립서비스'가 아닌가 의심됐지만 김종규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종규는 "(경기 막판에) 내가 덩크를 하고나서 래훈이 형이 3점슛을 넣었다. 들어가는 순간 우리가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박래훈은 김종규가 프로 무대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앞장 서서 돕고 있다. 김종규는 "겉으로는 티격태격해도 마음 속으로 좋아하는 형이다. 프로에서도 같은 팀이라 지겹다고 말은 하지만 형이 있어 더 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래훈도 김종규가 있어 든든하다.

박래훈은 "좋은 빅맨이 있으면 슈터는 이득을 많이 본다. 수비가 안으로 몰리기 때문에 외곽 찬스가 많이 나고 리바운드를 잡아줄 것이라는 믿음도 있다"며 "(김)선형이 형이 수비를 하고 있는데 종규가 골밑으로 들어가고 있길래 내가 못넣어도 리바운드를 잡아줄 거라고 믿고 던진 게 들어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종규는 LG에게 마지막 퍼즐과도 같다. 김종규는 박래훈이 있어 마음이 편하다. 그의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박래훈에게는 반사이익이 돌아갈 것이다. 둘의 남다른 인연이 LG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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