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 제일 친한 친구가 낚시로 50㎝ 물고기를 잡았다며 사진을 보내왔어요. 갑자기 낚시가 하고 싶어지는 거예요. '네가 하면 나도 한다' 질 수 없다는 마음이 컸죠. 낚시 시작한지 2, 3개월됐는데, 지금까지 틈날 때마다 10번 정도 갔어요."
지난 30일 개봉한 영화 '노브레싱'도 승부욕이 발동한 경우란다. 서인국은 극중 깊은 상처를 안고 꿈까지 놓아 버린 채 방황하는 수영 천재 원일 역을 맡았다.
"배우가 직업이 된 상황에서 연기는 제 스스로에 대한 욕심이에요. 연기를 알아가는 단계에서 갈수록 어려워지고,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도 커지던 차에 원일이라는 캐릭터를 만났죠. 원일이처럼 지금 저도 청춘인데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노브레싱은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영화, 부딪치고 깨지면서 더욱 빛나는 청춘에 대한 영화니까요."
-요즘 인기를 실감하나.
"2009년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시즌1 우승자로 데뷔했을 때도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았지만, 드라마나 영화로 자주 얼굴을 비치면서 이제는 먼저 인사도 걸어 주시고 한다. 그런 점이 예전과 달라졌다. 괴로운 점? 없다. 원래 자유분방한 성격이어서.(웃음)"
-극중 수영신들이 어색하지 않더라.
"울산 고향집에서 20~30분 떨어진 곳에 바다가 있던 덕에 고향에 있을 때는 동네 수영을 조금 했다. 배역을 위해 3개월 동안 하루 2, 3시간씩 수영 연습을 했는데, 동네 수영이랑은 정말 다르더라. 자세부터 바로 잡으려다보니 온몸에 힘도 많이 들어가고, 체력적인 부분이 힘들었다. 촬영 때 모니터링하면서 '연습을 더 열심히 했어야 하는데'라는 아쉬움이 컸다."
"수영 연습과 식단을 병행한다는 점이 괴로웠다. 6개월 동안 아침에 사과 하나, 아침과 점심 사이에 쉐이크, 점심에 닭가슴살 샐러드, 저녁에 두부, 오이, 방울토마토를 먹는 식이었다. 치킨, 맥주 생각에 미치는 줄 알았다. (웃음) 몸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벗을 일 없을 거라고 생각해 왔는데, 역할에 대한 부담이 컸던 게 사실이다. 정말 이 악물고 했다."
-극중 먹는 장면이 유독 많던데 연기하면서 서러웠겠다.
"먹는 신 촬영이 초반이었는데, 그날 화장실을 여러 번 들락거렸다. 저염 음식만 먹다가 양념이 들어간 걸 먹으니 속이 놀란 것이다. 문제는 촬영 기간이 3, 4개월 남았는데, 그 장면 촬영 이후 무지막지한 식탐이 생겼다는 점이다. 식욕 참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
-원일의 어떤 점에 끌렸나.
"상처를 이겨내는 용기. 제 스스로 예전에 꿈을 이루기 위해 가졌던 열정들이 최근 스케줄에 치이다보니 '눈 앞에 닥친 일들 잘 넘기자' '오늘 하루 잘 마무리하자'는 쪽으로 한정되는 것을 느껴 왔다. 멀리 보지 못해 왔던 것이다. 원일을 보면서 부끄러웠고, 열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노브레싱은 나의 열정을 다시 일으켜 준 영화다."
-스크린 데뷔식을 치른 소감은.
"촬영 때는 믿고 맡겨 주신 감독님의 기대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내가 이 영화를 이끌어갈 수 있을까'에 대한. 촬영 때는 오히려 캐릭터에 집중할 수 있었는데, 개봉을 하니 흥행이라는 더 큰 부담이 밀려온다. 개봉 첫날 스크린 앞에 서서 무대인사를 하는데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 스크린 속 내 모습을 보는 것도 민망하더라. 평일인데도 많이 와 주신 관객들의 모습은 감동이었다."
-스스로 연기자가 될 줄 알았나.
"한 번도 그런 생각해 본 적 없었다. 1990년대 김정민 선배님이 '슬픈 언약식'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가수를 꿈꿨을 뿐인데, 지금 돌아봐도 신기하다. 지난해 드라마 '사랑비'로 데뷔했는데, 대본을 보니 욕심이 생기더라. 하고는 싶은데 할 줄 아는 게 없고, 용기도 안 생기고 그랬다. 무엇으로 어필해야 할까 고민하다 서울 말 쓰던 캐릭터를 경상도 말투에 시골 깡촌에서 올라온 인물로 바꿔서 감독님께 보여드리니 너무 좋아하시더라. 그때는 살도 찌우고 머리도 덥수룩하게 하고 커다란 안경도 끼고, 가수 서인국을 없애보자는 생각이었다. 두려움에서 그랬던 것인데 그런 것이 운 좋게도 캐릭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
-연기의 매력은.
"할수록 어렵다는 점. 그 어려움이 나를 더욱 자극한다. 처음 연기를 하면서 말 못할 비밀, 분노 등 풀지 못하고 쌓여가던 것들이 소모되는 기분을 느꼈다. 대리만족 같은. 그때부터 한 작품 한 작품 할 때마다 그 배역을 즐기면서 미쳐 살았던 것 같다. 노브레싱의 경우 대본에는 없는 원일의 성장과정에 대해 감독님과 3시간 동안 깔깔거리면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느낌, 새로운 경험이었다."
-연애할 때도 상대에 몰입하나.
"오히려 무뚝둑하다. 애교가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웃음) 원래 성격이 그렇다. 표현을 잘 못한다. 경상도 남자들의 이미지가 보통 무뚝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보니 상대가 이해하고 배려해 주는 모습이 컸다. 아직 깊게 만나본 사람이 없다. 연애라는 것이 항상 행복한 것은 아니잖나. 아무 것도 아닌 나를 좋아해 줬다는 것이 고마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