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최고의 가드로 평가받는 양동근(울산 모비스)과 코트에 신인 열풍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제2의 양동근' 두경민(원주 동부)이 프로 무대에서 처음으로 맞붙었다.
후배는 선배 앞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모비스가 쉽게 끝낼 것 같았던 승부는 두경민의 활약 때문에 시소 양상으로 전개됐다. 또한 두경민은 양동근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과시했다.
신인으로서는 프로 최고의 가드를 상대로 첫 맞대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하지만 두경민은 웃지 못했다.
모비스와 동부의 정규리그 1라운드 경기가 열린 1일 오후 울산 동천체육관. 두경민은 경희대 시절부터 비교 대상이었던 양동근과의 프로 첫 맞대결을 앞두고 비교적 차분해보였다.
두경민은 "존경하는 선배이고 배울 점이 많은 선배이지만 프로에서는 경쟁해야 하는 입장이라 붙어서 절대로 지고 싶지 않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런데 두경민에게는 양동근과의 맞대결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두경민은 "양동근 선배와의 대결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승리를 하고 싶다. 그게 더 중요하다. 아직 프로에 와서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며 프로 첫 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동부는 두경민이 합류하기 전까지 4승1패로 순항하고 있었지만 두경민이 가세한 후 연패에 빠졌다. 물론, 두경민의 잘못이라고 볼 수는 없다. 김주성, 박병우 등 부상자들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무릎이 좋지 않은 김주성은 이날도 결장했다. 다른 선수들의 분발이 절실히 필요했다. 두경민이 앞장 섰다. 이충희 동부 감독은 두경민에 대해 "팀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선수"라고 표현했다.
동부는 34-41로 뒤진 채 전반을 마쳤지만 3쿼터가 끝났을 때 스코어는 61-58로 뒤집혀 있었다.
두경민은 3쿼터 중반 양동근이 드리블하는 공을 가로채 직접 3점슛을 꽂는 등 적극적인 수비와 과감한 플레이로 승부의 양상을 바꿔놓았다. 3쿼터 10분동안 6득점에 스틸 4개, 어시스트 2개를 기록했다. 3쿼터에서만큼은 두경민이 양동근보다 더 눈에 띄었다.
그러나 동부는 4쿼터에서 무너졌다. 지난 전주 KCC전과 마찬가지로 승부처에서 힘을 내지 못했다. 두경민은 양동근이 보는 앞에서 프로 첫 승을 달성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쳤다. 두경민은 3쿼터 중반에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그 여파 탓인지 4쿼터에서는 힘이 떨어진 기색이 역력했다.
두경민은 15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에 무려 6개의 스틸을 올리며 활약했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양쪽 무릎이 모두 좋지 않은 양동근은 9점 3어시스트로 분전하며 82-70 팀 승리를 이끌었다.
두경민은 언젠가 라이벌이 될 최고 가드 앞에서 존재감을 발휘한 것에 만족하며 아쉬움을 가진 채 코트를 떠나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