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마을이 합쳐진 비교적 큰 마을인 동화전마을은 그동안 송전탑 건설 반대 활동을 이끌던 마을 중 하나였다.
송전탑 건설에 찬성하던 주민들도 있었지만, 마을의 다수는 주민대책위를 중심으로 반대 활동에 활발히 참여했다.
하지만, 최근 마을 양모(65) 이장이 갑자기 주민 회의를 열고 반대대책위를 해산하겠다고 밝히면서 분란이 시작됐다.
양 이장은 지난 20일 주민회의를 열고 더 이상의 반대 투쟁은 어렵다며 한전과 보상안에 합의하겠다고 밝힌 뒤, 66가구의 서명을 받아 한전에 제출한 것이다.
양 이장은 "더이상의 송전탑 반대가 어렵다고 판단해 80%가 넘는 66가구의 서명을 받아서 한전과 합의했고, 지난 마을회의에서 다 설명했다"고 말했다.
한전은 양 이장으로부터 서명안을 제출받아 합의서를 체결한 뒤, 가장 극렬한 마을 중의 하나인 동화전마을이 보상안에 합의했다고 25일 발표했다.
하지만, 주민들 사이에 양 이장이 보상 합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설명과 합의 절차가 없었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일부 주민들이 서명한 것은 한전과 합의하겠다는 합의서가 아니라, 한전과 협의할 주민대표로 선임한다는 위임장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서명을 받는 과정에서도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구속된 주민을 위한 석방 탄원서인 줄 알고 서명을 했다는 주민도 나왔다.
이처럼 절차적 하자가 드러나면서, 반대 입장을 가진 주민들이 앞서 체결된 합의는 무효이며, 다시 반대 운동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주민들은 밀양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를 통해 "지난 25일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된 단장면 동화전 마을 보상 합의와 마을 대책위 해산과 관련해 주민들의 합의는 무효이며, 예전처럼 계속 싸우겠다는 뜻을 담은 서명을 전개해 99가구 중 87명이 서명했다"고 밝혔다.
동화전 마을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장인 김정회 씨는 "제대로 된 설명조차 없이 추진된 보상 합의는 무효일 수 밖에 없다"며 "반대대책위원장인 나조차도 참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대책위를 해산하는 것도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양 이장이 서명을 받으며 찬성으로 돌아선 것에 대해 온갖 소문이 떠돌고 있고,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일부 주민들이 멱살잡이까지 가는 등 다툼을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반대대책위는 "당시 서명과 회의절차에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았고, 정확한 영문을 모른 채 이뤄진 서명이 다수여서 마을 갈등이 증폭됐다"며, 결국 공동체 분열을 조장하면서까지 합의 절차가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전은 "동화전 마을은 마을 전체 주민총회를 개최해 한전과 합의 추진을 논의한 뒤, 합의쪽으로 의견을 모아 대표자 5인을 선정했고, 한전은 이들과 절차에 따라 합의서를 체결했다"는 입장이다.
송전탑 반대대책위는 당초 돈으로 해결하려는 보상안은 결국 마을 공동체를 파괴할 것이라는 주장을 되풀이 해왔는데, 이같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셈이라고 밝혔다.
반대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은 "한전과 정부가 보상안을 들고 나오면서 다수의 마을들이 찬반으로 갈라져 동네싸움으로 번지고 분위기가 흉흉해졌다"며 "결국 보상안은 마을 공동체들을 이렇게 망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