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을 격려하고 응원한다는 의미를 넘어, 기존 상품에다 그저 '수능'을 갖다 붙이는 식이어서 선물하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는 것.
서울 마포구에 사는 강모(49·여) 씨는 오는 7일 수능을 앞둔 조카에게 선물하기 위해 백화점에서 '합격 사과'를 구입했다.
'합격'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는 합격 사과는 일 년 동안 정성스레 가꾼 사과와 열심히 공부한 수험생들이 비슷하다는 의미에서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이 사과 한 개 가격은 8500~9000원. 유기농 합격 사과는 무려 1만 원이다. '합격'이라는 글자를 빼면 시중에서 판매하는 비슷한 크기의 사과와 비교했을 때 많게는 5배 이상 차이가 난다.
강 씨는 "상술이고 모두 장삿속이라는 건 다 안다"면서도 "큰 시험을 앞두고 있는 조카에게 합격의 의미가 담긴 선물을 해주고 싶어 샀다"고 말했다.
비단 '합격 사과'뿐이 아니다. "수능 '감' 잡았다"는 의미의 단감(3개)과 사과(2개) 세트가 16000원, '합격 감'은 4개에 무려 11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 똑같은 제품도 '수능'만 갖다 붙이면 '합격·만점' 세트
심지어는 수능 상품으로 '콧물 전용티슈 만점 세트'도 등장했다. "콧물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지는 수험생들을 위해 시원하게 코도 풀고 문제도 술술 풀라"는 의미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식염수 처방으로 코에 자극을 줄인 이 제품은 신상품이 아니라, 유아나 비염 환자용으로 나온 기존 제품에 스티커만 붙여놓은 것이다.
크기와 모양이 조금씩 다른 티슈 몇 개를 묶어 한 박스에 담은 뒤 '풀기의 달인' 스티커를 붙이고 '술술 풀리는 수능 만점세트'라고 이름 붙여 현재 인터넷 등에서 수능 이색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수험생의 충분한 숙면과 휴식을 위한 숙면 베개는 물론 발가락 베개, 눈 베개, 책상용 베개도 나왔다. 역시 기존에 백화점이나 인터넷에서 '수능·수험생'이라는 말만 빼고 판매되던 제품들이다.
특히 한 백화점에서는 수능 100일 전부터 수험생 동반 고객을 대상으로 제품을 할인하면서,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죽 전문프렌차이즈의 메뉴인 불낙죽(불고기·낙지 죽)도 수능 시즌에 맞춰 떨어지지 않는다는 뜻의 '불낙(不落)'죽으로 마케팅 중이다.
◈ 떡이나 엿은 옛말? 먹는 네잎클로버, 걱정인형 등장
'행운'을 상징하는 네잎클로버는 수능 시즌에 맞춰 '식용'으로도 나왔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에게 행운을 선물한다는 의미로, 한 백화점에서 수능 6개월 전부터 기획한 상품이라고 한다.
화분 1개의 가격은 1만 5000원. "네잎클로버 7개를 베개 밑에 베고 자면 합격한다"는 '전설' 같은 얘기까지 따라붙었다. 하지만 불안한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이 지나치지 못하면서, 하루 100개 가까이 팔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 걱정을 모두 가져간다"는 '워리돌 걱정인형'도 등장했다. 귀여운 디자인의 핸드메이드 상품으로 열쇠고리 등으로 활용할 수 있어 수능 선물로 인기다.
이같은 수능 이색 상품 아이디어가 신선하고 재밌다는 의견도 있지만, 결국은 "그럴싸한 포장과 얄팍한 상술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주부 최모(52) 씨는 "예전에는 떡이나 엿이 전부였는데 이제는 모든 음식이나 제품에 다 갖다 붙이는 식"이라면서 "지금도 상술이 심하다고 느끼지만 앞으로도 계속 심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