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스페인 미국 정보기관과 감청정보 공유"

유럽 국가 "국민 감청 정보 미국에 전달한 적 없다" 부인

유럽 주요국들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자국민 도감청 의혹에 크게 반발하고 있지만, 이들 국가 정보기관이 사실은 미국과 정보를 공유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키스 알렉산더 NSA 국장이 지난 2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유럽 정보기관들도 전화기록 등에 접근하고 있으며 이 기록을 NSA와 공유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스페인 일간지 엘파이스는 31일 스페인 정보기관이 전화 기록 등 대량의 정보를 미국 정보기관과 정기적으로 공유해 왔다고 보도했다.

엘파이스는 스파이 활동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스페인 비밀 정보기관인 CNI가 다른 유럽 국가 정보기관과 마찬가지로 NSA에 정기적으로 대량의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전했다.

이 자료에는 전화 발신자와 수신자, 전화 통화 시간 등이 포함돼 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NSA가 한 달 사이에 스페인에서 통화 6천만 건을 감청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스파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우방 사이에서 부적절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항의했다.


스페인 검찰은 NSA의 감청의혹에 대한 예비조사에 이미 착수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공식 수사를 개시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전날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도 프랑스 정보기관이 미국에 프랑스 시민 감청정보를 제공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르몽드는 정보기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프랑스 해외정보기관인 대외안보총국(DGSE)이 2011년 말과 2012년 초 사이에 미국 정보기관과 정보 교환 협정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프랑스 마르세유 등은 해저 케이블을 통해 아프리카 국가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오는 전자 정보가 지나가고 있어 이 지역의 정보를 수집하는 데 용이하다.

프랑스 대외안보총국이 이들 외국 국가와 프랑스 간에 오가는 중요 정보를 중간에서 낚아채 이를 미국이 가진 정보와 교환했을 것으로 르몽드는 추정했다.

르몽드는 이 과정에서 이들 지역과 소통되는 프랑스인들의 통화, 통신 정보 등이 미국에 넘겨졌을 수도 있다고 봤다.

프랑스는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 정보를 미국에 주고 그 반대급부로 미국은 프랑스가 갖지 못한 세계 정보를 제공했다고 르몽드 소식통은 주장했다.

그러나 각국 정부는 미국 정보기관과 자국민의 전화 감청 정보를 공유했다는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나자트 발로 벨카셈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알렉산더 국장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듯하다"며 "과거 모든 관행을 밝혀내 동맹국 사이의 불신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스위스의 율리 마우러 대통령도 에드워드 스노든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직원이 폭로한 기밀문서에 스위스가 NSA 협력 국가로 명시된 것과 관련해 "우리는 NSA와 접촉하거나 데이터를 주고받은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마우러 대통령은 "스위스는 테러와 관련해서만 미국 정보 당국과 협력했을 뿐"이라며 "스위스는 국민을 대상으로 도청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르몽드와 엘문도 등 유럽 언론들은 최근 NSA가 프랑스와 스페인, 이탈리아에서 작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한 달 사이에 각국에서 수천만 건의 전화를 감청했다고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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