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에는 최**라는 이름의 강사가 나섰다.
최 씨는 올해 6월 14일 노동부 산하 한국폴리텍대학 원주캠퍼스에서도 같은 강의를 한 인물이다.
두 기관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최 씨는 자신을 ‘국방부 북한정보 자문위원’으로 소개한 것으로 돼 있다.
최 씨는 두 강의에서 ‘자유는 누리는 것이 아니라 지키는 것이다’라는 제목의 동일한 프리젠테이션(PT) 자료를 이용해 1시간 40분 가량 강의했다.
PT자료는 육군 산하 ‘육군리더십센터’ 로고가 선명해 군 자료 냄새를 풍겼다.
이 PT자료는 출처 불명의 문서를 바탕으로 ‘북한이 대남공작원들에게 남조선에 내려가 지식인, 진보의 탈을 쓰고 박혀 남남갈등을 적극 조장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어 ‘북한은 또 대남공작원들에게 국회에도 프락치 공작에 그치지 말고 의석을 확보하는 공작으로 전환하라는 지시도 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한마디로 대남공작원이 국회에까지 침투해 있거나 진보세력을 가장해 남남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매우 불순하면서도 근거도 희박한 내용으로 교육을 시킨 것이다.
그러나 취재결과 최 씨는 자신의 신분을 속인 것으로 확인됐다.
군 관계자는 “국방부에는 북한 정보 자문위원이라는 직책이 존재하지 않으며 최**라는 이름의 해당 인물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 씨가 강의 때 활용한 PT에 대해서도 “육군리더십센터에서 만든 것이 아닌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며 “해당 양식을 최 씨에게 제공한 적도 없는 만큼 도용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기상청과 폴리텍대학 측은 최 씨가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국발협)’의 추천으로 안보교육 강사에 섭외됐다고 밝혔다.
국발협은 이명박 대통령 재임시절인 2010년 무렵부터 야당을 종북세력으로 매도하는 편파적인 교육 내용을 가지고 국내 안보교육을 주도해 온 극우 보수단체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국정원과의 커넥션 의혹을 받은 안보교육 자료의 출처를 은폐하는 등 석연치 않은 행보를 보인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설립한 단체이기도 하다.
국발협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국발협은 (기상청과 폴리텍대학 안보교육 강사인) 최 씨를 추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국발협 관계자는 이어 “최 씨는 국발협 소속도 아니고 따라서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된 또 다른 사실은 최**라는 이름 역시 가명이었다는 점이다.
기상청과 폴리텍 대학 측은 이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교안으로 어떤 내용을 교육하는지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강단에 세웠다.
결국 정체불명의 강사가 1000여명의 국가 공무원과 국책대학 학생들의 머릿속에 위험하고도 불순한 주장을 주입시킨 채 사라진 셈이다.
사실 이들 두 기관 외에도 적지 않은 기관들이 안보교육을 시킨 것으로 보여 그가 어느 기관에서 안보교육을 시켰는지도 알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