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앞으로 정부는 모든 선거에서 국가기관은 물론이고 공무원 단체나 개별 혹시라도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는 일이 없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31일 한 달만에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정원 댓글 의혹 등 현안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의 이 날 발언은 지난 28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대국민담화를 통해 밝힌 내용과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정 총리 담화는 물론 지금까지 박 대통령이 해 왔던 발언에 비해 상당히 진전된 내용이고 강도도 센 편이어서 국정원 댓글 사건을 비롯한 국가기관 선거개입 논란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우선 "총리가 강조했듯이 현재 재판과 수사 중인 여러 의혹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확실히 밝혀 나갈 것"이라고 정 총리의 대국민 담화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의혹을 살 일을 하지 않았음에도 선거에 국가 기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그 의혹들에 있어서는 반드시 국민들께 정확히 밝히고 책임을 물을 것이 있다면 묻겠다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의지를 천명했다.
이어 "사법부의 판단과 수사 결과가 명확하고 국민들께 의혹을 남기지 않도록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 책임을 맡고 있는 분들이 그렇게 하리라 믿는다"고 사법부과 검찰 수사팀에 힘을 보탰다.
또 "요즘 민주주의에 대한 얘기가 많이 있다. 저는 정치를 시작한 이후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정당 민주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며 "그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는 말도 했다.
야당 등 일각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 등에 대한 박 대통령의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의지를 의심하며 민주주의 후퇴까지 거론하는 상황에서 이런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확실한 선긋기로 받아들여진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사법부의 독립과 판단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법부의 판단을 정치권이 미리 재단하고 정치적인 의도로 뜰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지금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법부의 판단과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위하겠다는 기존 입장의 연장선이다.
하지만 "철저한 조사와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는대로 불편 부당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고 재발 방지책도 마련할 것"이라고 또 한번 언급한 것은 상당한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는 모든 선거에서 국가기관은 물론이고 공무원 단체가 개별 공무원이 혹시라도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엄정히 지켜 나갈 것"이라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일련의 의혹을 반면교사로 삼아 선거 문화를 한단계 끌오 올리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한 부분도 주목해볼 만 하다.
박 대통령은 현안에 대한 언급을 마무리하면서 정치권이 정쟁을 멈추고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서 그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묻고 책임을 지는 성숙한 법치 국가 모습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국정원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사법부의 판단을 지켜보는 것이 맞는 얘기지만 사법부의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마냥 기다리자는 얘기는 또 다른 책임 회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