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원동력은 '좌타라인'이었다. 그동안 톱타자로 나섰던 배영섭 대신 정형식을 투입했고, 박석민을 6번으로 돌리고 6, 7번이었던 박한이와 이승엽을 각각 2번과 5번으로 전진배치했다.
1번부터 5번까지 정형식-박한이-채태인-최형우-이승엽 등 왼손 타자들로 채웠다. 류중일 삼성 감독이 "마지막 카드"라며 야심차게 내놓은 작전이었다.
결과는 대성공. 박한이가 8회 2타점 결승타를 때려냈고, 채태인이 선제 솔로 홈런 포함, 1타점 2득점을, 최형우가 역시 솔로포 포함, 3안타 1타점 2득점했다. 부담이 덜한 6번으로 내려간 박석민도 2안타 2타점으로 좌타라인의 뒤를 받쳤다.
류감독은 5차전 뒤 좌타라인에 대해 "성공적이라 생각한다"면서 "드디어 타선이 터졌다"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6, 7차전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다시 한번 가동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형식-이승엽, 5차전 침묵
하지만 여전히 고민이 남는다. 바로 좌타라인의 시작과 끝을 이루는 정형식과 이승엽이다. 정형식은 5차전에서 3타수 무안타 1볼넷 1삼진에 그쳤고, 이승엽은 4타수 1안타 1볼넷 1득점 2삼진에 머물렀다.
이승엽은 이번 시리즈 타율 1할5푼8리(19타수 3안타)의 부진에 빠져 있다. 특히 2차전 연장 10회말 1사 만루 끝내기 기회와 4차전 0-2로 뒤진 9회 무사 1, 2루 등 승부처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마땅한 대체 인력이 없는 까닭에 삼성도 이승엽의 부활을 바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포수를 3명 엔트리에 넣으면서 삼성은 강봉규, 이상훈 등 야수 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정형식은 삼성의 1번 고민을 해결해주지 못했다. KS 9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16타수 1안타(타율 6푼3리) 극도의 부진을 보인 배영섭의 대안이 되지 못했다. 삼성 좌타라인이 다시금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각성이 필수적이다.
▲타격감 회복 기미 긍정적
희망은 있다. 둘 모두 타격감이 회복될 기미를 보였다는 점이다.
5차전에서 이승엽은 1-0으로 앞선 1회 1사 1루에서 좌전 안타로 공격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해냈고, 김태완의 적시타 때 득점도 했다. 8회는 비록 잡혔지만 잠실 구장 가운데 담장 앞까지 가는 큼직한 타구를 날렸다. 류감독이 "대구라면 홈런이 됐을 것"이라고 할 만큼 잘 맞은 타구였다.
정형식도 1회 우중간을 가르는 잘 맞은 타구를 날렸다. 두산 우익수 정수빈의 호수비에 걸려 아쉬움을 남겼지만 2루타는 되고도 남을 만한 타구였다. 타격감은 괜찮았다는 뜻이다. 안타가 없음에도 볼넷으로 출루해 3득점을 올려주고 있다.
이승엽은 6차전 선발 니퍼트에 7타수 2안타(타율 2할8푼6리)로 약하지 않았다. 정형식은 5타수 1안타였지만 그게 3루타였다.
승부를 최종 7차전까지 몰고 가려는 삼성. 과연 정형식과 이승엽이 좌타라인의 화룡점정을 이룰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