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하나님,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시여,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시나이다. 정의와 평화를 위하여 순례의 행진을 하는 우리를 인도하시고 위로하여 주옵소서"
지난 4년에 걸쳐 준비해 온 세계교회협의회(WCC=World Council of Churches) 제10차 부산총회가 30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했다.
오전 10시 45분. 부산 벡스코 전시관 제1홀에서 시작된 WCC 총회 개회예배에는 140여개 나라, 349개 회원교회를 대표한 전 세계교회 지도자들과 한국교회 지도자, 일반 참가자 등 4천여명이 참석했다.
예배 참석자들은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가 파괴돼 자신들이 당하고 있는 고통과 고난에 대해 6개 대륙별로 기도를 드리며 이번 총회 주제인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인도하소서(God of Life, lead us to Justice and Peace)"를 내용으로 하나님께 부르짖는 시간을 가졌다.
대륙별 기도의 시간마다 울부짖음과 눈물, 고통을 상징하는 퍼포먼스가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 대륙별 기도 사이 사이마다 '젠제니나'(무얼했나?)라고 하는 찬양곡을 함께 부르며 생명과 정의 평화를 실천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고 이웃을 돌보지 않은 죄를 한 목소리로 고백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한국에서 총회가 개최됨에 따라 남북으로 분단된 한반도가 분단의 벽을 허물고 평화롭게 살게 해 달라는 중보 기도 순서도 이어졌다.
예배 설교를 맡은 카레킨 2세 아르메니안 총대주교(His Holiness Karekin II, Supreme Patriarch and Catholicos of all Armenians)는 누가복음 24장 28-35절을 본문으로 말씀을 전했다.
카레킨 2세 총대주교는 "10차 총회에 참석하신 여러분께 한없는 영적 기쁨을 가지고 환영의 인사를 드린다"면서 "겸손한 자세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르치신 선교적 사명을 수행해 나가자"고 말했다.
특히 "아르메니안 인종학살이나 중동의 폭력과 같은 죄악에 대해 교회는 강하게 반발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정의와 평화를 성취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에큐메니칼 예배로 가장 대표적인 순서는 381년에 발표된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조(Nicene-Constantinopolitan creed)를 공동의 신앙으로 고백한 것인데, 이는 한분이신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신앙 아래 개신교와 정교회, 가톨릭 교회가 하나임을 가시적으로 보여 준 것으로, 평소 한국교회에서는 쉽게 경험해 볼 수 없는 소중한 기회였다.
또 역사상 최초로 기독교를 국교로 받아들인 아르메니아 정교회, 또 성화를 중심으로 하는 시리아 정교회 등 정교회 신앙 모습을 예배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WCC 회원교회 중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아르메니아 정교회는 예수님의 12 제자 중에서 바돌로메와 다대오가 전도한 가장 오래된 교회다. 1,700년의 가장 긴 교회 역사를 가진 아르메니안 교회와 가장 역사가 짧은 한국교회와의 만남이 이번 총회를 통해 이뤄진 것이다.
정교회 성직자들의 예복도 한국교회에서는 낯선 풍경인데 특히 고깔 모양의 모자는 아라랏산의 모양을 한 것이다. 아라랏산은 성경에 방주에 있던 곳으로, 고깔모자는 하나님께서 세상을 멸하시고 방주를 만들어 세상을 다시 구원하신 의미를 갖고 있다.
또 하나 개막예배 무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무대 배경과 천정을 감싸고 있는 흰색의 대형 천막이다. 이것은 출애굽한 이스라엘 민족이 광야에서 살았던 장막을 의미하는 것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향해 지금도 순례의 길을 가고 있는 교회를 상징하고 있다.
WCC는 예배를 드릴 때 늘 이 천막을 설치하는 데 이번 10차 총회의 경우, 장소가 여의치 않아 완전한 천막은 세우지 못하고 일부분만 설치하게 됐다.
WCC 중앙위원 박성원 목사는 "이번 총회 개회예배는 세계교회 다양한 전통의 교회들이 서로 다른 형식을 조화롭게 만들어 그것을 조화롭게 만들어서 전 세계교회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는데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