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는 논란이 커지자 해당 코너를 폐지하고 공식 사과 성명을 냈지만 중국계를 비롯한 아시아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항의 집회를 여는 등 비판 여론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30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ABC는 지난 28일 성명을 내고 자사 간판 심야 토크쇼 '지미 키멜 라이브'(Jimmy Kimmel Live)에서 어린이 출연자가 중국 부채에 대한 해법으로 '중국인을 모두 죽이자'라고 말한 장면을 그대로 내보낸 것을 사과했다.
ABC는 성명에서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 중국이나 아시아계 커뮤니티를 화나게 할 의도는 없었으며 우리 목표는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는 것"이라며 "문제의 영상을 삭제하는 등 신속한 조치를 했고 해당 코너도 폐지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사회자인 키멜도 이 토크쇼의 28일 방송분을 통해 사과했다고 CNN은 전했다.
키멜은 "(해당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게 명백히 드러났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미안하고 사과드린다. 누군가를 화나게 하려는 것은 분명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 16일 방영분 가운데 토크쇼의 한 코너인 '어린이 테이블'(Kids' Table)에서 비롯됐다. 이 코너는 6∼7세 어린이들에게 시사 등 최근 이슈에 대해 물어보고 어른들이 예상치 못한 답변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토크쇼 자체는 생방송이지만 이 코너는 녹화로 진행된다.
이날 사회자인 키멜이 미국 정부가 중국에 진 부채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묻자 한 소년이 "대포를 마구 쏴서 중국인들을 다 죽여버려요"라고 답했다.
이에 키멜은 웃으면서 "그래, 재미있는 생각이구나"라고 답하고는 "우리가 중국인들이 살도록 허락해야 할까"하고 반문했다.
어린이들은 '그래요' 혹은 '안돼요'라며 엇갈린 반응을 보였고 한 소녀는 "우리가 (중국인들을) 살려주지 않으면 그들이 우리를 죽일 거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대화가 여과 없이 방영되자 항의가 빗발쳤다.
특히 중국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분노는 ABC가 공식 사과 성명을 낸 뒤에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전미중국계미국인위원회(NCCA)는 29일 ABC의 모기업인 월트디즈니사에 공개서한을 보내 문제의 토크쇼 장면이 "무신경하고 공격적이다"라며 깊은 실망을 표시했다.
NCCA는 또한 "ABC방송이 모든 미국인과 특히 중국계 등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상대로 더 정중하고 공개적이며 의미 있는 사과를 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출신자나 그 자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미국 정계 이익단체인 CAPAC(Congressional Asian Pacific American Caucus)도 29일 성명을 내고 ABC 엔터테인먼트 그룹의 폴 리 대표에게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연방의회 의원 40여명 등으로 구성된 이 단체의 대표인 주디 추(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ABC방송에서 다양성이 존중받도록 ABC 엔터테인먼트 그룹과 대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계인 마이크 혼다(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의원도 "걸러지지 않은 증오발언이 위험하며 특히 어린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는 걸 모두 깨달아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28일 저녁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시아계 등 100여명이 모여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밖에 백악관의 청원 사이트인 '위더피플'(We the People)을 통해 ABC의 공식 사과와 토크쇼 폐지를 요구한 청원에 7만1천여명이 서명하는 등 비판 여론이 식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