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2-1, 살얼음 리드하던 9회 2사 1, 3루에서 1루 주자 박한이의 도루를 허용했다. 투수 윤명준이 신경도 쓰지 않은 무관심 도루였다. 결과적으로 두산의 2-1 승리로 끝났지만 안타 1개면 동점에서 역전이 될 상황으로 바뀔 수 있던 장면이었다.
이에 김감독은 "내가 투수 출신이라 그런지 몰라도 윤명준이 타자와 집중할 수 있는 쪽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주자에 신경을 쓰기보다 역전을 주더라도 타자에만 전념하라는 뜻이었다. 김감독은 "만약 1, 3루에서 적시타를 맞고 동점이 된다 해도 1, 2루 혹은 1, 3루 위기가 계속돼 결국 역전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승부의 갈림길에서 어느 한 쪽을 택해야 했다는 것이다. 김감독은 "선수든 감독이든 선택은 항상 어렵고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라면서 "그러나 그런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프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택에 따른 책임은 자신이 져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8회 승부처 정재훈 카드 실패
5차전에서도 두산은 여러 선택의 고비가 있었다. 무엇보다 승부처에서 어떤 투수를 넣느냐였다. 접전이 이어졌던 만큼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두산은 5이닝 5실점한 선발 노경은에 이어 5-5로 맞선 6회 김선우를 마운드에 올렸다. 김선우는 볼넷 2개를 내주며 1사 1, 2루에 몰렸지만 2루 땅볼과 세 번째 투수 윤명준의 탈삼진으로 두산은 6회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8회도 두산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윤명준이 선두 진갑용에게 안타를 맞은 것. 두산의 선택은 정재훈이었다. 그러나 정재훈은 정병곤의 안타와 희생번트로 이어진 1사 2, 3루에서 박한이에게 결승 2타점 적시타를 내주고 말았다. KS 우승 기회가 날아가면서 승부가 대구까지 이어는 장면이었다.
결과론이지만 필승카드 홍상삼이나 팀 내 유일한 좌완 유희관이 나와야 하지 않았나 하는 지적이 나왔다. 8회말 두산이 클린업 트리오부터 시작되는 점을 감안하면 승부수를 띄웠어야 했다는 것이다.
▲"홍상삼, 유희관도 투입에 부담 있었다"
홍상삼은 구위에 대한 기대감과 폭투에 대한 불안감을 동시에 안고 있다.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1이닝 최다인 3개 폭투, KS 3차전에서도 7회 폭투로 점수를 헌납한 바 있다.
때문에 주자 3루 상황에서 홍상삼을 올리는 데는 본인이나 벤치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불펜에서 홍상삼은 제구가 흔들린다는 보고가 있었다.
유희관 투입도 위험 부담이 따르는 상황이었다. 2일 전인 3차전에서 52개 공을 던진 데다 자칫 투입했다가 지기라도 했다면 충격이 더욱 커졌을 것이고, 7차전 선발 등판에 더 중압감을 안게 될 터였다. 김감독은 "유희관이 마지막까지 준비를 했다. 동점 상황에서는 쓸 생각은 없었고, 역전되면 쓰려고 했다"고 밝혔다.
야구는 어쨌든 결과가 중요하다. 아무리 이상한 작전도 결과가 좋으면 묘수가 되고, 빼어난 수도 결과가 나쁘면 악수가 된다.
김감독은 "되는 날은 30% 가능성의 작전도 들어맞는다"고 했다. 과연 5차전에서 유희관을 아끼고 홍상삼을 늦게 투입한 선택이 향후 어떤 결과로 다가올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