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이미 안드로이드를 통해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분야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앞으로 스마트폰 하드웨어 분야도 '개방형 생태계'로 바꿈으로써 지배 영역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모토로라는 스마트폰 하드웨어 분야에서 "개발자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진입 장벽을 낮추며, 혁신 속도를 높이고, 개발 기간을 상당히 단축하는 것"이 아라 계획의 목표라고 밝혔다.
이처럼 구글이 '개방형 하드웨어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은 세계 스마트폰 업계의 양강인 삼성전자와 애플에는 매우 큰 위협이다.
지금은 스마트폰 시장을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나 애플 아이폰 등 마진이 큰 프리미엄 제품들이 주도하고 있으나, 개방형 하드웨어 생태계가 형성되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스마트폰 시장이 마치 PC 시장처럼 가격과 성능이 천차만별인 부품과 제품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이 되면, 경쟁을 통해 가격이 계속 내려갈 공산이 크다.
즉 스마트폰 시장이 지금처럼 삼성과 애플의 양강 구도가 아니라 '저마진 무한경쟁 시장'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안드로이드 모바일 플랫폼과 웹을 장악한 구글이 최강자 자리를 꿰차는 데 매우 유리한 상황이 조성된다.
마치 PC 시대에 하드웨어의 성능 향상과 가격 하락이 엄청나게 빠르게 이뤄지면서 윈도 플랫폼을 장악한 마이크로소프트(MS)가 2000년대 초반까지 정보기술(IT) 생태계의 중심을 차지하고 패왕(覇王)의 지위를 누렸던 것과 마찬가지다.
만약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삼성전자와 애플이 고성능 제품으로 어느 정도 위치를 유지하더라도 '극한 경쟁'에 노출돼 이익률이 떨어지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PC 시대에 MS가 플랫폼을 장악하면서 애플은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상당한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다.
또 1990년대까지 최대의 PC 업체였고 '명품 노트북'을 만든다는 평판을 지녔던 컴팩은 PC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2001년 델에 1위 자리를 내줬으며, 그 이듬해에는 HP에 흡수되는 비운을 겪었다.
현재 스마트폰 업계의 강자인 삼성전자와 애플도 앞으로 환경이 바뀌면 위기를 겪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사례다.
다만, 만약 구글이 이런 방식으로 스마트폰 하드웨어 분야를 장악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구글 자회사인 모토로라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반드시 높아진다는 것은 아니다. 구글의 본령은 여전히 '인터넷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이는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소프트가 2000년대 초반까지 PC 시대의 절대 강자이던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MS는 PC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어 소프트웨어 업계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업계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마우스나 키보드 등 극히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부품이든 완제품이든 하드웨어를 직접 내놓지는 않았다.
모토로라를 앞세운 구글의 하드웨어 플랫폼 장악 시도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업체인 삼성전자에 대한 견제의 의미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구글 안드로이드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왔으나, 이달 말 독자적으로 대규모 개발자 행사를 여는 등 구글 의존도를 낮추려고 시도하고 있다.
다만 구글과 모토로라의 이런 시도가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PC와 달리 스마트폰은 크기, 두께, 무게가 매우 중요하므로 가장 효율적인 배치가 이뤄지도록 설계되는데, 직육면체 모양의 모듈을 끼워 조립하는 방식으로는 공간 낭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아직 실험적인 시도인 아라 플랫폼을 위해 부품 업체들이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과연 적극적으로 시간과 돈과 노력을 투입할지도 확실치 않다.
과거 PC 시대에 MS는 엄청난 개발자 지원 역량을 지녔던 덕에 윈도 플랫폼 생태계의 진화를 이끌 수 있었다. 그런데도 매번 새 부품이나 프로그램 업그레이드가 있을 때마다 드라이버 충돌 문제가 생기곤 했다.
구글이 스마트폰 생태계 전반을 장악하겠다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려면 안드로이드나 아라에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만 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