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준은 씩씩했다. 공 6개로 채태인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덤덤한 표정으로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윤명준은 7회초를 무실점으로 막은 뒤 8회초 선두 타자 진갑용에게 중전 안타를 맞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어 등판한 정재훈이 안타 두 개를 맞으면서 윤명준이 내보낸 주자가 결승점이 됐고, 윤명준은 29일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의 패전 투수가 됐다.
하지만 윤명준의 호투는 충분히 빛났다.
윤명준은 데뷔 첫 해 3경기 등판에 그쳤지만 올해는 34경기에 등판하며 두산 불펜을 이끌었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믿음직한 불펜 투수다.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특히 연장 11회 무사 3루에서는 서건창과 장기영을 연속 삼진, 이택근을 우익수 플라이로 돌려세웠다. 2연패를 당한 두산이 내리 세 판을 이기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특히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는 두둑한 배짱을 자랑하기도 했다.
윤명준은 1-1로 팽팽하던 연장 10회말 1사 3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벤치의 지시대로 최형우와 채태인을 걸렀다. 윤명준은 안타 한 방이면 경기가 끝나는 상황에서 이승엽에게 2루 땅볼을 유도했고, 2루수 오재원의 송구로 3루 주자 정형식을 홈에서 잡았다. 이어 대타 우동균을 유격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포스트시즌 내내 두산은 불펜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다르다. 김진욱 감독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윤명준을 마운드에 올려 재미를 보고 있다.
윤명준은 한국시리즈 5경기에 모두 등판해 4이닝 2실점(1자책)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했다. 기록을 떠나 결정적인 순간마다 마운드에 올라 위기를 틀어막았다. 현재 두산에서 가장 믿음직한 불펜 투수는 바로 윤명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