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캠프 캐럴에서 근무했던 퇴역 미군 3명이 2011년 5월, “베트남 전쟁에서 사용하고 남은 다량의 고엽제가 캐럴 기지에 매립됐다”고 폭로했다.
이후 캠프 캐럴뿐만 아니라 부평 캠프 마켓과 춘천 캠프 페이지 등에도 고엽제가 매립됐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돼 가자 국방부는 2011년 6월, “2003년 5월 이전에 환경조사 없이 주한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모든 기지들에 대해서도 전반적인 조사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철저한 오염조사와 치유를 약속했다. (2013년 10월 24일 노컷뉴스 [단독] 주한미군, 고엽제 ‘묵살’ … ‘꼬리 내린’ MB정부)
하지만 CBS노컷뉴스가 단독 입수한 국방부의 ‘2003년 5월 이전 반환된 미군기지 환경오염 조사 및 치유 현황‘에 따르면, 지금까지 조사가 이루어진 기지는 10곳 가운데 3곳도 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국방부는 최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박주선 의원(무소속)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2003년 5월 이전에 환경조사 없이 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기지는 모두 132곳”이라고 밝혔다. 전체 면적은 무려 1억 2465만 910㎡로, 여의도 면적(290만㎡)의 약 43배에 이른다.
국방부는 “132개 기지는 한미 간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 수립 이전에, 환경에 대한 인지도가 낮았던, 1967년부터 2003년 사이에 반환된 미군기지들”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고엽제 파동’ 직후 이들 기지들에 대한 환경조사를 위한 태스크포스(T/F) 팀('환경조사 없이 반환된 미군기지 환경오염 대응 T/F')까지 구성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2년 5개월이 지난 올 9월말 현재 환경조사가 이루어진 기지는 132곳 중 38곳, 전체의 28.8%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과거 미군 주둔 시 부대사용 이력, 오염사고 등 오염개연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47개 기지를 우선 조사군으로 선정해 조사를 해오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들 47개 기지 중 38개 기지에 대한 환경조사가 완료됐고, 8개 기지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며 1개 기지는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것이 국방부의 설명이다.
132개 기지 중 47개를 제외한 85개 기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환경조사 계획조차 세우지 않았다는 뜻이다.
더욱이 환경조사가 실시된 기지들의 70% 가까이가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는데도, 국방부가 이에 대한 정화계획 또한 제대로 수립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환경조사가 실시된 38개 기지 가운데 의정부의 캠프 인디안 등 26개 기지(68.4%)가 오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오염이 확인된 26개 기지 중 상태가 심각하다고 판단되는 10개 기지를 대상으로 추가 실시한 정밀조사에서도 8개 기지가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정화작업이 이루어진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는 “캠프 인디안 1곳에 대해서만 현재 정화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2003년 5월 이전 반환된 132개 미군기지 중 38개 기지에 대한 환경조사 비용으로 14억원, 정밀조사 비용으로 8억원, 정화비용으로 2억원 등 모두 24억원을 지출했다”고 덧붙였다.
박주선 의원은 “2003년 이전에 반환받은 미군기지를 전수조사해 환경오염을 치유하겠다던 정부의 약속은 거짓말로 드러났다”며 “이처럼 국민을 속이고 있는 정부를 믿고 우리 후손들이 살아갈 국토를 맡길 수 있을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당초 국민에게 약속한 대로 132곳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고엽제 의혹을 밝혀내고 환경오염도 치유해야 할 뿐만 아니라, 해당 비용도 ‘오염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주한미군으로부터 받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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