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시인은 최후 진술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이유는 건강한 상식과 양심에 따른 판단을 받고 싶었다"며 "배심원 여러분의 상식과 양식으로 저의 유무죄를 밝혀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비방하고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안도현 시인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열린 28일 전주지방법원.
장장 14시간여에 걸친 마라톤 재판 끝에 배심원단이 내놓은 평결은 만장일치 무죄.
안 시인과 변호인의 바람대로 배심원 7명은 한결같이 무죄를 선택했지만, 재판부의 견해는 달랐다.
또 국민참여재판은 통상 재판 당일 선고를 하는 게 관행이지만 선고 역시 연기됐다.
전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은택)는 "배심원의 판단을 최대한 존중해야 하지만 재판부는 일부에 대해서만 무죄로 보고 있다"며 "헌법과 법률, 직업적 양심에 상충되지 않도록 면밀히 검토해 판결하겠다"고 연기 이유를 설명했다.
길었던 재판만큼 검찰과 안 시인 변호인 측의 공방도 뜨거웠다.
검찰은 "안 시인이 허위사실임을 알고도 이를 공표해 후보 비방을 암시한 만큼 유죄"라며 벌금 1천만 원을 구형했다.
반면 안 시인 측 변호인은 "검사의 입증은 안 시인을 유죄로 판단하기에 부족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또 안 시인은 "책 읽으며 궁금한 것을 트위터를 통해 질문했을 뿐인데 재판을 받는 지금도 제가 왜 법정에 피고인으로 섰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답답함을 토로하며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한 것은 법률을 앞세운 폭력이고 저는 피해자"라고 억울해 했다.
이에 앞서 법정을 찾은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검찰이 안도현 시인을 기소한 것은 옹졸할 처사"라며 "공정하지 못한 법의 잣대로 개인적인 비판에 대해 아주 엄격한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밤 11시 40분께 재판을 마치고 나온 안 시인은 "배심원들이 전원일치 무죄 평결을 한 것은 국민들의 건강한 상식이 아직 살아있다는 뜻으로 이해한다"며 선고를 미룬 것은 아쉬운 감은 있지만 재판부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시인은 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지난해 12월, 투표를 열흘쯤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안중근 의사 유묵을 가지고 있거나 도난에 관여했다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17차례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문제의 안 의사 유묵은 '恥惡衣惡食者 不足與議'(치악의악식자 부족여의)로 '궂은 옷 궂은 밥을 부끄러워하는 자는 더불어 의논할 수 없다'라는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