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여당은 사법부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국정원에 대한 수사 무력화를 우려하며 즉각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문책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홍원 총리가 28일 국정원 등의 대선개입에 관해 던진 메시지는 우선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어 국정원 댓글을 포함한 일련의 의혹에 대해 실체와 원인을 정확히 밝히겠으니 사법부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는 기다려달라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정 총리의 담화 직후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은 "국정원 댓글 사건은 재판과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최종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정치권이 이를 왈가왈부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입장이다.
사법부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 국정원 대선개입 등을 문제 삼는 것은 정쟁에 해당하는 만큼 일단 민생에 집중하자는 것이 총리 담화와 새누리당의 논리이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찍어내고 윤석열 특별수사팀장을 배제한 것을 봤을 때 청와대와 여당이 국정원에 대한 수사와 공판을 무력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우려 때문에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이미 공판과정에서 팀장교체로 공소유지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날 오후 대검을 항의방문했다.
김한길 대표도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정권 차원의 막무가내 무죄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또 과거의 사례를 봤을 때 지금까지 드러난 각종 의혹과 사실만으로도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문책,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앞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새천년민주당과 함께 지난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불법선거운동 혐의와 함께 노 전 대통령의 측근 비리에 대한 검찰수사 결과 등을 근거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감행했다.
그런가 하면 새누리당은 최근에는 이석기 의원이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되자 1심 재판이 끝나지도 않았으나 통합진보당의 해산을 공공연하게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법원의 최종판단 전에 정당해산을 언급하는 것은 성급하다며 현재 진행 중인 국정원 사건과는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든 여야든 상황에 따라 입장이 바뀌면서 '사법부의 판단'은 정치적 공방의 재료가 될 뿐 정치적 책임의 기준이 되지는 못하는 것이다.
결국 정 총리의 담화대로라면 최소한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국정원 공방이 방치되면서 정국교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