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시장에서 누가 더 높은 수익을 내느냐를 놓고 투자대결이 펼쳐졌다. 국내 자산운용사와 외국인 투자자 간의 보이지 않는 경쟁이었다. 한달 넘게 같은 주식을 놓고 국내 자산운용사는 팔았고 외국인은 사들였다. 이긴 쪽은 어디일까. 국내 자산운용사다. 이익을 더 많이 내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익이 아니다. 이 실적을 계속 이끌고 갈 수 있느냐다.
외국인은 올해 8월 23일부터 10월 21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2조519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벤치마크지수 변경에 따른 뱅가드의 매도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파장으로 외국인은 상반기에만 10조여원을 순매도했다. 그러나 7월 이후부터 10월 21일까지 13조9000억원을 순매수했다. 7월 이후의 상승장을 이끈 주체가 외국인이라는 얘기다. 코스피는 10% 이상 상승했다.
흥미로운 점은 시장을 주도한 종목들은 외국인이 매수한 주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외국인이 집중 매수한 업종은 반도체ㆍ소프트웨어ㆍ기계ㆍ자동차ㆍ통신서비스 분야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자산운용사는 외국인이 매수하는 주식 중 반도체ㆍ소프트웨어ㆍ통신서비스 분야를 집중적으로 매도했다. 대신 소재와 산업재 주식들을 집중 매수했다.
자산운용사 돈줄, 가계자금 이탈 중
외국인은 주로 글로벌 경쟁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글로벌 마켓에서 시장점유율과 브랜드 가치를 높여가는 기업이나 업종(주로 소비재)을 선호한다. 반면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바닥을 기고 있는 업종(주로 소재ㆍ산업재)의 턴어라운드를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 전략은 단점이 있다. 무엇보다 단기성과만 내고 끝날 공산이 크다. 장기투자 관점에서 턴어라운드를 노리는 전략은 리스크가 크다. 더구나 국내 자산운용사는 턴어라운드 이후 상승세를 끌어갈 수 있을 정도로 자금이 충분하지도 않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산운용사의 주요 자금공급원인 개인자금이 주식시장에서 계속 이탈하고 있다"며 "연기금ㆍ사회보험ㆍ이자비용 등 비非소비지출 증가로 가계의 소비지출 증가율이 소득증가율보다 낮아 특정 업종에 대한 국내 자산운용사의 집중매수전략은 머지않아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의 현금흐름 악화로 국내 자산운용사의 자금력이 약해지면 다시 외국인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얘기다.
노근환 연구원은 "가계자금 이탈은 주가 상승으로 인한 환매 욕구보다는 구조적인 측면이 강하다"며 "가계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돌아오는데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라면 주식시장 상승세를 이어가는 쪽은 외국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