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에 몰렸던 삼성은 2년 연속 우승팀의 저력이 서서히 기지개를 켤 조짐을 보였다. 반면 두산은 그동안 축적된 피로가 밖으로 터지는 징후들이 나타났다.
3차전이 양 팀에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과연 시리즈를 관통하는 분위기에 대변화가 일어날 것인가.
▲삼성, 마운드 건재…타선 부활 기미
삼성은 3차전에서 3-2 힘겹고도 귀중한 승리를 거뒀다. 타선이 여전히 쉽게 터지지 않았지만 1점 차를 지켜낸 승리가 시사하는 바가 적잖다. 그동안 추구해왔고, 결실을 맺었던 '삼성의 야구'였기 때문이다.
3차전 승리의 힘은 마운드였다. 선발과 중간, 마무리까지 삼성의 승리 공식이 이어졌다. 선발 장원삼이 6⅓이닝 2실점으로 발판을, 안지만-차우찬이 각각 ⅔이닝과 1이닝 무실점으로 징검다리를 놨고, 최강 마무리 오승환이 9회를 변함없이 깔끔하게 매조졌다.
사실 1, 2차전 패배 때는 삼성 투수진답지 않았다. 1차전에서는 선발 윤성환이 4⅓이닝 6실점으로 예상 외로 무너져버렸고, 2차전은 최악의 타선 침체 속에 오승환이 4이닝이나 던지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3경기 만에 삼성은 제 모습을 찾았다. 비록 필승카드 안지만이 1, 2차전에서 승계 주자를 잇따라 홈으로 불러들이긴 했지만 차우찬이 '+1 선발'다운 견고함을 보였다. 오승환은 2차전 결승포를 맞은 기억을 털어내고 여전히 강력한 구위를 뽐냈다. 삼성 마운드의 기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적잖다.
사실 2차전에 박한이가 있었다면 승부가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정형식이 못 하진 않았지만 연장 11회말 1사 1, 3루 삼진 등 승부처에서 침묵했다. 경험 많고 작전 능력이 좋은 박한이였다면 다른 결과를 기대해도 좋을 장면이었다.
부진했던 주축 타자들도 3차전에서 부활 기미를 보였다. 이승엽이 시리즈 첫 장타를 때렸고, 배영섭도 첫 안타를 신고했다. 최형우도 안타와 득점 1개씩을 올렸다. 3안타를 때려낸 김태완의 재발견도 적잖은 소득이다. 다만 3차전 병살타 3개는 2차전 잔루 16개 신기록에 이어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두산, 집중력 저하 조짐…줄부상 위험
두산은 지금껏 차고 넘치게 버텨왔던 정신력이 한계를 다다른 모양새다. 앞선 포스트시즌(PS)의 피로감이 비로소 무겁게 다가오는 상황이다.
3차전에서 두산은 2개의 결정적인 실책이 나왔다. 4회 유격수 손시헌, 7회 2루수 오재원이었고, 모두 득점으로 연결됐다. 결승과 쐐기 실점이 돼 더 뼈아팠다.
두산의 PS 상승세를 이끈 원동력은 탄탄한 수비였다. 올해 9개 팀 중 최소 실책(61개)의 두산은 넥센과 준플레이오프(PO), LG와 PO에서 마운드의 열세를 9개 구단 최강의 야수진을 앞세운 수비의 힘으로 극복했다.
여기에 두산은 줄줄이 부상자들이 나오고 있다. 2차전에서 이미 이원석이 옆구리 통증을 호소한 데 이어 3차전에서 오재원이 왼 허벅지 부상으로 쓰러졌다.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몸이 성한 선수들이 드물다. PO, 준PO의 피로와 그에 따른 부상이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다.
다만 두산은 아직까지 기세가 살아 있다. 3차전 0-3으로 뒤진 7회말 홍성흔의 홈런과 손시헌의 적시타 등으로 1점 차까지 삼성을 몰아붙였다. 김진욱 감독이 "오승환을 끌어낸 소득이 있었다"고 말한 대로 성과가 없지 않았다. 더 버틸 여지가 남아 있다.
양 팀이 3차전에 보인 변화의 조짐들. 과연 분위기가 바뀔 동남풍이 불지,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이 그대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