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軍사회,좁고 소문 빨라 항의도 힘들어
- 범죄 증가하는데 처벌은 솜방망이
- 장관직속기구 신설해 실태 점검해야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전직 여군(익명),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한 여군 장교가 직속 상관에게 6개월 간이나 성추행을 당하고 성관계까지 요구를 받습니다. 이 수치심을 견디지 못한 이 여군은 유서를 남겨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죠. 지난주 국감에서 밝혀진 사건입니다. 그런가 하면, 지난 2월에는 강원도 최전방 부대에 근무하던 만삭의 중위가 과로로 숨지는 일도 있었죠. 그동안 우리 군에서 여군에게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던 걸까요? 여군의 시각으로 바라본 대한민국 군대, 어떤 곳인지 짚어보겠습니다. 할 말이 있다면서 스스로 인터뷰를 요청한 분이세요. 전직 여군 한 분, 직접 연결을 해 보죠. 요청에 따라서 익명으로 연결을 합니다.
◇ 김현정> 먼저 간단하게 본인 소개를 해 주실까요?
◆ OOO> 저는 2010년에 중위로 제대를 했고요. 지금은 일반 회사에 재직 중인 사람입니다.
◇ 김현정> 2010년에 제대 하셨으면 얼마 동안 복무하신 거예요?
◆ OOO> 한 4년 정도 복무했고요.
◇ 김현정> 최근에 여군과 관련된 뉴스가 많이 나옵니다. 뉴스 접하면서 어떤 심경이셨어요?
◆ OOO> 좀 속상하고 착잡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 놀란 것 보다는 지금 군 생활 하시는 여군이나 저처럼 제대한 여군들은 공감했던 부분이 컸던 것 같아요.
◇ 김현정> 놀랄 일이 아니었다?
◆ OOO> 네.
◇ 김현정> 터질 게 터졌다?
◆ OOO> 네. 그런 면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군에서 성추행 사건이 종종 벌어집니까? 남성 군인이 여성군인을 향한 성추행?
◆ OOO> 없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여성의 비율에 비해서 많이 그런 사례가 있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예를 들면 어떤 것들이요? 직접 보거나 혹은 들은 거나, 어떤 경험들 기억나세요?
◆ OOO> 저 같은 경우는 부대 내에서만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여성 아이돌이 군복 사진을 입고 찍은 사진을 올렸는데 거기에 대해서 간부들이 댓글을 달면서 이런 여군이랑 근무하고 싶다 한 일이 있었어요. 그런 것 때문에 제가 수치심을 느낀 부분이 있었고요.
그리고 가까운 부대에 있었던 동기 같은 경우에는 회식 후에 술자리를 하고 있는데 다 끝나고 선배 장교가 같이 모텔에 가자고 해서 계속 끌고 가려 했다고 합니다. 겨우 그 자리를 모면했는데, 처음에는 공론화 시키지 못하고 나중에 본인이 진급심사가 끝난 후에야 징계위원회에 회부를 했던 경우도 있었고요.
◇ 김현정> 잠자리를 요구하는 경우, 이번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랑 비슷하네요. 성관계 요구를 받았다.. 또 있습니까?
◆ OOO> 갓 결혼해서 신혼여행을 갔다 온 여군한테 가서 무슨 일이 있었냐. 신혼여행에서 시간 단위별로 어떻게 있었냐. 계속 추궁을 하고 개인적인 사생활 문제인데. 그리고 여군 같은 경우 남편과 떨어져 지내는 경우가 많거든요. 휴가를 쓰고 남편을 만나고 돌아오면 휴가 중에 뭘 했냐, 저녁 때는 뭐했냐. 시간 단위별로 계속 추궁을 하세요, 스토커처럼.
◇ 김현정> 군인이니까 휴가 때 뭐했느냐, 보고해라 정도가 아니라, 누구나 느껴도 이게 성희롱이구나 느낄 정도 수위에 이런 질문 받는 여성 군인들을 봤어요?
◆ OOO> 뭔가를 듣고 싶은 목적이 있어서 계속 그 부분만 계속 질문을 하시고 그러는 분도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고요.
◇ 김현정> 저녁에는 뭐 했냐, 밤에는 뭐 했냐 그런 식으로?
◆ OOO> 그렇죠.
◇ 김현정> 그럴 때는 심경이 어떻다고들 여군들이 얘기를 해요?
◆ OOO> 보편적인 일은 사실 아니지만 그거에 대해서 딱 바로 거절을 하거나 일반 직장 같으면 사표를 쓸 수도 있고 그런 것을 생각하지만, 여군 같은 경우는 몸 담고 있는 조직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바로 이렇게 거부표현을 하거나 그러기는 힘들고요. 특히 그런 사건이 있을 때 만약에 조금이라도 누군가한테 새어나간다면 여군 관련된 거는 소문이 진짜 빠르거든요.
◇ 김현정> 왜 빠를까요? 너무 좁아서?
◆ OOO> 네. 인간 관계 자체가 협소하고 그리고 여군이 되게 적기 때문에 시내를 걸어가도 ‘걔가 저녁 때 뭘 했단다. 토요일에 뭘 했단다.’ 이런 걸 다 사람들이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그런 문제가 있다면 자신에게 불이익이 있다는 것을 여군들은 공감할 거예요.
◇ 김현정> 그렇군요. 그래서 뭔가 부글부글 끓는 게 있어도 그 자리에서 항의하지 못하는.
◆ OOO> 네.
◇ 김현정> 어디 호소할 데는 전혀 없습니까? 그 자리에서 바로 항의하지 못하더라도 뒤에서 어딘가 호소하고 이것을 말할 창고는 있어야 되잖아요.
◆ OOO> 그게 군 관계자들한테 말을 하는 거잖아요. 그리고 저희도 소원수리를 병사들한테 받아서 알지만, 그게 누가 썼는지에 대해서 비밀보장이 군 조직상 확실하지는 않거든요. 그리고 나한테 불이익이 올 수 있고 피해가 올 수 있다는 그 생각을 아마 많이 하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잘 알기 때문에 소원수리 조차 할 수 없는... 그러면 그 정도 되면 전근 신청이라도 할 수는 없는 건가요?
◆ OOO> 전근 신청을 해도 군 특성상 바로 다른 데로 보내주고 그런 게 아니고, 옮길 수 있는 시즌이 있어요. 그때까지는 그 소문을 가지면서, 그 소문을 들으면서 그 부대에 있는 거죠.
◇ 김현정> ‘쟤 왜 전근신청 했대, 이유가 그렇데.’ 이런 수근거림을 계속 몇 개월 간 지속해야 되는 거군요.
◆ OOO> 네, 그렇죠.
◇ 김현정> 시달려야 되니까 참기가 어려운 거군요.
◆ OOO> 네.
◇ 김현정> 군대 내에 이런 성희롱 성추행 예방하기 위한 교육이나 지침 같은 것은 없나요?
◆ OOO> 실제로 지침서도 있고 계단을 오를 때 여군 뒤에서 걸으면 엉덩이가 보이니까 그렇게 하지 말라. 여군을 ‘꽃’으로 지칭하지 말라, 이런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있는 사례집도 있거든요. 사실은 그걸 알고 행동해야 되는 간부들은, 남자 간부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 김현정> 오히려 상급자들은 모른다. 교육을 받은 것은 일반 병사들, 하급자들.
◆ OOO> 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이것만큼은 좀 시급히 필요하다. 어떤 대안을 생각해 보셨어요?
◆ OOO> 부대 내에 상담사가 있거든요. 일반 민간 상담사가 있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왜냐하면 군 내부의 사정도 잘 알고 있지만 또 객관적인 입장에서 대변해 줄 수 있는 부분도 있고.
◇ 김현정> 민간 상담사, 다른 부대에는 없습니까? 그런 민간상담사들이.
◆ OOO> 상담사가 있는데 부대에 사단 단위 한 명, 두 명 이렇게 있거든요. 그게 그렇게 다 돼 있는 건 아니고요.
◇ 김현정> 상담, 어딘가 호소할 수 있는 창구라도 마련 돼야겠다, 이런 말씀. 오늘 어려운 인터뷰였는데 이렇게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전직 중위 한 분의 고백을 들어봤습니다. 이어서 군 인권센터의 임태훈 소장 연결을 해 보죠.
◆ 임태훈> 지금 범죄가 일어나는 것은 증가 추세고요, 해마다. 불기소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징역형도 낮아지고 있고요. 그래서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볼 수 있고요. 그리고 이것에 전문가들은 많게는 6배, 적게는 3배정도 더 있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말 못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숨어 있을 것이다.
◆ 임태훈> 그렇습니다. 조사에서도 말하지 못한다. 군을 신뢰할 수 없다. 군 수사기관 믿을 수 없다. 이런 사례들이 있으니까요.
◇ 김현정> 왜 이렇게 반복이 될까, 왜 이렇게 증가되는데도 이걸 보고만 있을까요? 뭐가 문제라고 보세요?
◆ 임태훈> 우선 단적인 예들을 살펴보면요. 밝혀지지 않은 사례들도 꽤 있는데요. 장군의 딸이 장교인데 영내 숙소에서 자다가 남성 장교가 강간하려고 들어왔죠.
◇ 김현정> 장군의 딸을?
◆ 임태훈> 네. 이런 사례를 보시면...
◇ 김현정> 이게 밝혀진 사례입니까?
◆ 임태훈> 밝혀지지 않았죠. 그 장군께서 그렇게 밝혀지면 군에서 어떻게 처리하는지 너무 잘 아니까요.
◇ 김현정> 어떻게 처리하는데요?
◆ 임태훈> 그냥 협의하고 없었던 걸로 하자. 쟤 인생도 생각해 줘야 되는 거 아니냐. 가해가 중심입니다. 철저하게.
◇ 김현정> 그래서 다들 알고 있으면서도 이걸 문제시하지 않은 그런 사례들.
◆ 임태훈> 네. 그렇습니다. 최근에 또 육사단에서 일어난 남군에 의한 성추행, 가해자가 3명인데요.
◇ 김현정> 남군이 남군을?
◆ 임태훈> 네. 이런 경우도 사실상 불기소 처분을 했습니다. ‘성추행 사실이 인정되나, 성적 흥분을 유발시키려고 접근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기소한다.’ 이렇게 되어 있어요. 솜방망이..그러니까 검찰관들이 제정신이 아닌 거죠, 사실은. 단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최근에는 2011년에 있었던 해병대 이사단의 대령이 운전병을 성추행한 사건, 강제추행치사로 기소됐는데요. 이 사건 지금 아까 앞서 말한 피해자처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둘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습니다. 이런 사례들이 솜방망이 처벌되고 있기 때문에 가해자들은 더 뻔뻔해지는 것이죠.
◇ 김현정> 어떤 대책이 시급하다고 보세요? 앞서서 전직 여군 같은 경우에는 어디에다 호소할 데, 상담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말씀 하셨는데.
◆ 임태훈> 우선 제도적으로는 국방부 장관 직속의 성희롱 성폭력 대책 기구를 신설해야 됩니다.
◇ 김현정> 그것이 여군을 향한 것이든 남군을 향한 것이든 성폭력 기구가 군대 내에 있었으면 좋겠다?
◆ 임태훈> 그렇습니다. 그 기구가 성폭력 성희롱에 대한 예방 교육에 대한 점검도 해야 됩니다. 실제 지금 성희롱, 성폭력 예방교육 하고 있는데요.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것이 태반이고요. 그리고 이것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죠. 최근에 조윤선 장관하고 여가부가 국방부를 찾아서 MOU 체결했는데요. MOU 체결할 때가 아니라 실태가 어떤지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할 때입니다. 그다음에 고육책을 논의해야 되겠고요.
그와 별도로 성폭력이 일어나면 상담 제대로 할 수 있는 기구들을 문을 열어야 됩니다. 이미 지금 민간에는 성폭력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서 만들어진 성폭력 상담소들이 지역에 다 있습니다.
◇ 김현정> 네 있죠.
◆ 임태훈> 이 기관들에게 상담하고 초기 대응을 피해자 중심으로 갈 수 있게끔 군이 문을 열어야 되는데요. 우리 군인사법에는 외부에 알리면 징계 받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것들에 대한 재점검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볼 수 있겠죠.
◇ 김현정> 요즘 셀프 조사, 셀프 수사가 되니 안 되느니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역시 이 부분도 자체적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문을 개방해야 된다, 이런 말씀.
◆ 임태훈>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오늘 말씀 듣도록 하죠. 임태훈 소장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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