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여당인사 수차례 만났다

'정수코리아' 김문희 회장 평소 친분 과시

지난 23일 초청한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숙박장소를 구하지 못해 파문을 일으킨 준사단법인 '정수코리아'의 김문희(68) 회장이 평소 박근혜 대통령 및 여당 인사와 친분을 과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김 회장은 CBS와의 전화통화 등 언론을 통해 자신과 정수코리아가 정수장학회는 물론, 새누리당이나 현 정부와는 무관하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김 회장은 정수코리아에 대해서도 "바른 일을 하는 손이라는 의미로 '정수(正手)'라는 한자를 사용할 뿐"이라며 "정수장학회와는 완전히 무관하다"고 밝혀왔다.
 
또 본인이 회장을 역임했던 '서울정수회' 역시 "정수코리아와 마찬가지로 완전히 무관한 단체"라며 "두 단체 모두 정부나 새누리당과는 완전히 무관하며 돈을 받거나 인적 관계를 맺은 적도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청와대 역시 사건이 일어난 직후 정수코리아 등에 대해 "전혀 무관하다고 나오지 않았나"라며 "정부기관과 청와대와는 관련이 없는 부분 같다. 우리도 기사 보고 알았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런 해명들과는 달리, 평소 김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이나 여당 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김 회장의 SNS 등에서는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대표였던 시절 일본 도쿄의 재일대한민국민단 본부에서 만난 사진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에서 김 회장은 박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거나 악수하는 등 친분을 과시했을 뿐 아니라, 이 행사에서 한나라당 직함을 가진 인사로 소개되기도 했다.
 
실제 김 회장과 지난 18대 대통령선거 직전까지 함께 박근혜 지지운동을 펼쳤던 '정수회(正修會)' 유승옥 총재도 김 회장이 여당과의 친분을 과시해왔다고 밝혔다. 유 총재는 김 회장에 대해 "군 출신이라는 소문도 있고, 한나라당에서 일했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몇 년 동안 함께 활동했는데, 정수회 일본지부에서 일할 때 박 대통령을 만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 회장은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있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사가에서 열린 고 육영수 영여사의 추도식도 수차례 참석·진행해왔다. 이 행사는 박 대통령 가족이 아닌 박 전 대통령이나 육 여사를 추모하는 모임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박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되기 직전까지 유족 대표로 참석해왔다.
 
김 회장은 이번 파독자 초청 행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새누리당 재외국민위원장인 원유철 의원과 김학용 의원을 각각 의원실에서 직접 만나 협조를 구한 것으로 드러났다.그동안 김 회장과 정수코리아 관계자들은 "지방자치단체장과 만나는 일정이 90% 이상 진행돼 사실상 확정된 일이었다"며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고 숙소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일정이 줄줄이 취소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두 의원실에서는 김 회장이 이번 행사에 대한 협조를 구하러 찾아와 한 차례 만났지만 곧바로 제안을 거절했다고 해명했다. 김학용 의원의 보좌관은 "김 의원의 중학교 동창이 소개해 한 번 만났지만 황당한 이야기를 늘어놓아 단칼에 거절했다"고 밝혔다.

원유철 의원의 보좌관도 "지난 9월 지역구의 한 봉사단체장이 소개해 한 차례 만났다"며 "외교부와 경기도지사에게도 행사를 홍보하고 싶다기에 소개해줬지만 행사 준비가 부실해 다시 만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김 회장이 정수장학회에서 30여 년 근무했다고 소개했다"며 "MBC와 MOU를 맺어 행사를 진행한다는 말도 들었다. MBC가 행사 진행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만들려던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회장은 "MBC 미디어에서 우리의 모국 방문 행사에 대한 스팟 광고를 제작했다"는 설명과 함께 행사를 홍보하기도 했다. 따라서 김 회장이 문제가 된 행사 후원을 어디에서 받을 예정이었는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김 회장은 이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지난 25일 서울 강남경찰서가 전과 4범인 김 회장을 사기 혐의로 소환조사했지만, 이번 사건의 핵심 열쇠인 후원단체에 대한 진술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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