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투엠 멤버들은 KBS 2TV '불후의 명곡2-전설을 노래하다' 우승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거대 기획사에서 야심차게 데뷔했지만, 번번이 불운에 휩싸이며 9년간 무명생활을 거친 그룹 엠투엠. 제이투엠은 이 엠투엠 멤버들이 새로운 마음으로 만든 그룹명이다.
그동안 지켜본 팬들을 위해 싱글 앨범을 낸 것이 시발점이 돼 '불후의 명곡'에 출연하게 됐고, 단번에 우승까지 차지했다. 힘들었던 시간을 인내하고 견뎠던 제이투엠인만큼 '불후의 명곡' 우승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
◈ 제이투엠 9년의 역사
제이투엠의 전신인 엠투엠은 2004년 데뷔했다. SG워너비와 씨야를 연달아 히트시켰던 김광수 대표가 야심차게 선보인 보컬 그룹 엠투엠은 데뷔곡 '세글자'로 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제이투엠 멤버들은 '세글자'에 대해 "우리 곡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SG워너비 김진호 씨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는데, 말이 피처링이지 곡의 70~80%를 불렀어요. 당시 16주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지만, 하나도 기쁘지 않았죠. 이후 2집으로 '새까맣게'를 준비해서 우리만의 노래를 보여드리려 했는데,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건이 터지면서 방송이 줄줄이 취소됐어요. 그게 불운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정환)
이후 엠투엠은 지속적으로 앨범을 발표했다. 하지만 대중들이 기억하는 노래를 꼽긴 힘들었다. 결국 2009년 소속사 계약이 끝나면서 멤버교체가 이뤄졌고 새 멤버 정진우가 들어왔다. 그렇지만 이후에도 큰 주목은 받지 못했다.
◈ 첫 출연, 그리고 우승 '불후의 명곡'
신곡 '딱 본 순간'은 모든 것을 포기하려 했던 순간, 욕심 없이 발표한 노래였다. 방송 활동은 꿈도 꾸지 않았다. '불후의 명곡' 무대는 사실상 이번 제이투엠 방송 컴백 무대와 다름없었다.
"저희가 어렵게 앨범을 내고, 오랫동안 활동해 온 것을 주변 분들도 아시니까 다들 도와주려 하세요. '불후의 명곡'도 저희가 다니는 미용실 선생님이 프로그램 작가님께 '제이투엠이란 애들이 있다'는 말을 해주신 게 계기가 됐다고요 하더라고요."(정환)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잡힌 방송이다. 더군다나 최고의 보컬리스트들이 총 출동한다는 '불후의 명곡' 무대에 오르는 만큼 제이투엠 멤버들의 긴장감과 압박감은 상상초월이었다고.
"리허설 당시 유미 씨의 무대를 보고 '제발 유미 씨 뒤에만 붙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딱 유미 씨 뒤인 거예요. 리허설 때 인이어가 고장 나 당황했고, 이후 준비해간 개인기가 아무런 호응을 받지 못해 부담감이 더해진 상황이었거든요. '정말 우린 안 되는 건가'하는 생각도 들었어요."(정진우)
그렇지만 무대에 오르자 모든 것이 달라졌다.
"정환이가 무대에 오른 후 어머니 얘길 할 지 몰랐어요. 그 순간 마음가짐이 달라지더라고요. 그렇게 노래를 집중해서 했던 것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노래를 마친 후에도 기분이 붕 떠있었어요. 함성도 남다른 것 같고요. 그때 느꼈죠. 뭔가 되겠다고요."(정진우)
◈ "노래할 수 있게 돼 기뻐…희망이 되고 싶다"
'불후의 명곡' 우승 이후 제이투엠의 모든 것이 달라졌다. 광고, 행사, 방송 등 각종 섭외 전화도 몰려들기 시작했다. 제이투엠 멤버들의 향후 활동 계획도 크게 수정됐다. 이번 앨범을 낸 뒤 군대에 입대하려 했던 정환은 "좀 더 열심히 활동을 한 후 군대에 입대하려 한다"고 앞으로 보다 열심히 분발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정진우는 "이젠 학자금 대출을 갚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2002년 SM베스트 선발대회 노래짱 출신인 정진우는 아이돌이 아닌 보컬리스트가 되기 위해 SM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 계약을 거절하고 홀로 상경했다.
"저희 학교가 연예 활동을 하면 장학금을 주는 제도가 있어요. 저는 학교 입학 직후 엠투엠으로 데뷔했는데도 '인지도가 낮다'며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등록금 때문에 받은 학자금 대출이 남아있어요. 이젠 갚아야죠."(정진우)
9년의 암흑 같은 시간을 견뎌낸 뒤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제이투엠이다. 그렇지만 제이투엠이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음악은 의외로 소박했다.
"저희보다 더 고생도 많이 하고, 아직까지 열심히 음악을 하고 계신 분들이 많아요. 지금 저희가 '힘들었다' 말하는 것들을 그런 분들이 어떻게 보실까 걱정스러운 마음도 있어요. 명성이나 돈을 바라고 음악을 한 게 아닌 만큼 초심을 생각하면서 더욱 열심히 활동하고 싶어요."(정환)
"대한민국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음악 보다는 힘들게 지내는 분들의 가슴에 용기를 주고 와 닿을 수 있는 노래를 하고 싶어요. 그래서 오랜 시간이 흘렀을 때 제이투엠이 그런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기억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정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