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25일 삼성과 KS 2차전에서 연장 13회 끝에 5-1 승리를 거뒀다. 1-1로 팽팽히 맞서다 13회만 대거 4점을 뽑아내 삼성을 그로기 상태로 몰았다. 오재일이 최강 마무리 오승환에게 결승 솔로 홈런을 터뜨렸고, 이후 붕괴된 삼성의 실책과 손시헌의 2타점 적시타로 3점을 더 뽑았다.
2차전 MVP 오재일은 경기 후 "연장 가면 빨리 끝내는 것보다 '해봐라, 어디. 15회까지 한번 가보자'고 생각했다"고 자신만만하게 강조했다. 과연 연거푸 접전 뒤 3일만 쉬고 3주 휴식을 취한 상대와 맞붙는 선수의 말일까.
김진욱 두산 감독도 "포스트시즌은 정규리그와 비교할 수 없이 에너지 소모가 크다"면서도 "그러나 선수들이 더그아웃 있다가 그라운드로 나가는 것을 보면 굉장한 집중력이 있다"며 혀를 내둘렀다.
두산은 정규리그 4위로 포스트시즌 막차를 탔다. KS까지 오려면 준플레이오프(PO)와 PO의 험난한 고비를 넘어야 한다. 지금껏 4위 팀의 KS 우승이 단 한번도 없던 이유다.
게다가 올해 두산은 여러 번 접전을 치렀다. 넥센과 준PO를 최종 5차전까지 갔고, 연장도 3번이나 치렀다. 불펜 난조 등 전력도 불안해보였다. 극적으로 넥센을 꺾었지만 정규리그 2위 LG가 버티고 있다. 그러나 두산은 PO 4차전 끝에 LG를 꺾고 기어이 KS에 올랐다.
▲"2007, 08년 전철 밟을 수 없다"
KS 상대는 사상 첫 3년 연속 정규리그 1위이자 2년 연속 우승팀 삼성. 그러나 1차전 7-2 낙승에 이어 2차전도 가져갔다.
특히 2차전은 초반 선취점 상황이 잇따라 무산돼 더 어려운 경기였다. 3회 김현수의 2루타성 타구는 중견수 배영섭의 점프 캐치에 걸렸고, 최준석의 총알 타구는 투수 벤덴헐크의 무반응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다. "꼬인 경기였다"는 김진욱 감독의 말대로였다.
하지만 놀라운 뒷심으로 불운까지 극복해냈다. 최강 마무리 오승환까지 무너뜨려 자신감은 더욱 상승했다. PS를 치르면 치를수록 더 무서운 팀으로 거듭나고 있다.
진짜 무서운 것은 실패에 대한 아픈 기억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는 점이다. 두산은 2007년 SK와 KS에서 2연승, 2008년 첫 승 뒤 내리 4연패한 쓰라린 추억이 있다. 때문에 올해는 선수들이 스스로 "1, 2차전을 이겨도 오버하지 말자"며 승리의 도취감을 자제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공포감을 키우고 있는 곰 군단 두산. 과연 그 무서움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