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KS 2차전에서 연장 13회초 오재일의 결승 솔로 홈런에 힘입어 5-1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5시간 32분, 지난 2006년 삼성-한화의 KS 5차전(5시간 15분)을 훌쩍 넘는 접전 끝에 얻어낸 값진 승리였다. 오재일이 2차전 MVP에 올랐다.
전날 1차전까지 2연승을 달린 두산은 통산 네 번째 우승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역대 KS에서 초반 2연승한 팀의 우승 확률은 93.8%(16번 중 15번)에 이른다. 2007년 두산이 유일하게 2연승하고도 SK에 4연패하며 준우승에 머문 바 있다.
반면 3년 연속 정규리그 1위 삼성은 3년 연속 우승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특히 연장에서 잇따라 경기를 끝낼 기회를 놓치면서 패배를 자초했다.
두 팀은 26일 이동일을 갖고 27일부터 두산 홈인 잠실에서 3~5차전을 치른다.
▲오승환, 투구수 53개째 오재일에 홈런
천하의 오승환도 인간이었고, 한계가 있었다. 사실 이날 오승환은 평소 이상의 구위를 뽐냈다. 9회 1사 1루에서 마운드에 올라 11회 2사까지 6연속 탈삼진으로 PS 최다 타이를 이룰 만큼 맹위를 떨쳤다. 13회 1사까지 12개 아웃카운트 중 8개가 삼진이었다.
하지만 이닝이 길어지면서 오승환도 과부하가 왔다. 13회 첫 타자 김현수를 내야 땅볼로 잡았지만 9구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마무리로 평소 소화하는 1이닝 정도보다 4배 가량인 4이닝을 소화했고, 투구수도 50개를 넘었다.
결국 실투 하나가 오승환과 삼성을 울렸다. 오재일이 한복판 높게 몰린 오승환의 시속 151km 초구 직구를 놓치지 않고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20m의 통렬한 아치였다. 올 시즌 오승환의 최다투구수인 53개째였다.
최강 마무리의 붕괴에 사실상 승부는 갈렸다. 두산은 이후 전의를 상실한 삼성의 실책과 손시헌의 2타점 적시타 등으로 3점을 더 내며 승기를 굳혔다.
▲삼성, 연장 10 · 11회 끝내기 기회 놓쳐
역대 PS 최장 시간의 혈투였다. 두 팀은 7회까지 0의 행진을 달렸다. 선발 벤덴헐크(삼성)와 니퍼트가 각각 5⅔이닝 7탈삼진 4피안타, 6이닝 4탈삼진 3피안타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0의 행진은 8회 깨졌다. 두산이 먼저 득점했다. 1사에서 김현수가 삼성 두 번째 투수 차우찬에게 내야 안타를 얻어내 기회를 만들었다. 삼성은 필승카드 안지만을 올렸지만 이어진 2사 1, 3루에서 김재호가 좌전 적시타를 때려냈다.
그러나 삼성은 곧바로 균형을 맞췄다. 8회말 정형식의 볼넷과 박석민의 내야 안타가 나와 기회가 만들어졌다. 이어진 1사 1, 2루에서 채태인이 두산 세 번째 투수 홍상삼을 상대로 우전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1-1의 상황이 연장 12회까지 이어졌다.
특히 삼성은 연장에서 잇따라 경기를 끝낼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10회말 정형식이 볼넷과 도루, 연속 볼넷 등으로 만든 1사 만루에서 이승엽이 2루 땅볼, 대타 우동균이 내야 뜬공에 그쳤다. 11회말도 1사 1, 3루에서 정형식이 삼진, 2사 만루에서 강명구가 내야 땅볼에 그쳤다.
결국 연장 13회초 오승환이 무너지면서 두산이 승기를 잡았다. 오재일의 결승 홈런과 손시헌의 2타점 적시타로 삼성을 붕괴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