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삼동 '개나리vs까르띠에' 이웃사촌 분쟁

까르띠에 "우리도14년 전 합의금 줬다"VS개나리"시공사와 얘기하라"

서울 강남구청 앞 거리에 머리가 희끗희끗한 50여 명의 시민들이 집회를 벌인 건 이번주초.

쌀쌀한 가을 날씨에도 거리에 나선 이들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현대 까르띠에 아파트 주민들이다.

이들은 까르띠에 아파트 바로 옆에 있는 개나리 6차 아파트에게 재건축 인가를 내준 강남구청과 구청장을 상대로 "불법·불평등 인가를 내렸다"고 규탄했다.

서울 강남권의 대표적인 노후아파트로 꼽혔던 개나리 아파트는 지난 2011년 재건축 사업을 인가받아 지난 9월부터 철거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까르띠에 주민들은 최저 10층, 최고 24층인 까르띠에 아파트 옆에 개나리 아파트가 최고 31층으로 새로 지어지면 교통체증이 악화되고 조망권과 일조권 등이 침해받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까르띠에 아파트 중 1개 동은 당초 계획과 달리 10층과 14층으로 지어졌는데, 개나리아파트는 31층으로 지어지는 건 불공평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런 피해가 예상되는데도 해당 아파트의 재건축이 허가받은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며 강남구청을 규탄하고 나선 것.

이에 대해 현대 까르띠에 아파트 관계자는 "올해 여름부터 개나리 6차 아파트 재건축 조합을 상대로 합의를 요구해왔다"며 "합의만 내려지면 앞으로 변수가 없는 한 재건축 시공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999년 까르띠에 아파트를 건설할 때 당시 시공사였던 현대건설은 개나리 6차 아파트 입주자 276세대 중 120세대에게 건설 과정에 발생하는 소음·분진 등에 대한 보상금 명목으로 가구당 100만원씩 1억 2000만원을 제공했다.

따라서 까르띠에 아파트 측은 이를 기준으로 물가상승분 등을 고려해 약 3억원의 합의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굳이 복잡한 절차를 거칠 것 없이 이른 시일 내에 합의를 이루고 싶을 뿐"이라며 "앞서 유사한 사례에 대해 합의금이 지급된 전례가 있으니 이를 기준으로 삼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나리 아파트 재건축 조합 측은 "10년도 지난 일이어서 정작 지금 살고 있는 주민 중 상당수는 당시 보상금을 구경도 못했다"며 "정식으로 민원을 제기하고 피해 규모를 계산한 뒤 적절한 합의금을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통상 건축 과정의 소음, 분진이나 조망권 등에 대한 보상금은 건설사가 지급한다"며 "조합이 아닌 재건축을 시공하는 GS건설에 보상금을 달라고 요구해야 이치에 맞다"고 주장했다.

재건축 인허가 과정에 관해서는 "관청에서 확인하고 문제없으니까 허가 낸 것 아니겠나"라며 "우리 마음대로 짓겠다는 것도 아니고 법적으로 승인을 받아서 진행하는데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까르띠에 아파트가 지어질 때 조망권을 문제 삼은 건 개나리 4차 아파트 얘기"라며 "우리는 개나리 6차 아파트로 단지가 달라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까르띠에 아파트 측은 "불법으로 인허가 과정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집회를 열었지만 이후 구청 측의 해명으로 상당 부분 의심이 풀렸다"고 인정하면서도 "31층의 고층아파트가 들어서면 조망권 등이 침해될 건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확한 기한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소송을 내고 피해를 보상받겠다"며 "조합이냐, 시공사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개나리 아파트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할 피해를 보상받겠다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보상 여부를 놓고 양측 입장 차가 워낙 뚜렷한 만큼, 이웃 사촌간 법정 싸움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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