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이후 홍명보 감독은 김신욱을 대표팀에 소집하지 않은 채 원톱 공격수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김신욱은 홍명보 감독이 보란 듯 제공권뿐 아니라 수준급 발재간까지 보여주며 득점왕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1983년 출범한 K리그를 대표하는 장신 공격수들은 누가 있을까. 정말 장신 공격수들은 '발'이 아닌 '머리'로만 축구를 하는 것일까.
◈K리그 거인의 출발, 김용세-렌스베르겐
K리그 대표 '거인'의 출발은 김용세와 네덜란드 출신 외국인 선수 렌스베르겐이다.
192cm의 김용세는 출범 원년부터 1991년까지 유공과 일화에서 165경기에 출전해 53골 18도움을 기록했다. 197cm의 렌스베르겐은 1984년부터 2시즌간 현대에서 38경기에 출전해 11골 10도움을 챙겼다. 두 선수 모두 장신을 이용한 제공권에 기술까지 겸비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이들을 시작으로 한 K리그의 장신 공격수 시대는 우성용이 정점을 찍었다. 1996년부터 2009년 은퇴까지 K리그 통산 439경기에 출전한 우성용은 14시즌 동안 192cm의 큰 키를 이용해 116골 43도움을 기록했다. K리그 통산 득점 4위, 공격포인트 6위에 해당하는 엄청난 기록이다.
외국인 선수 중에는 '우승 청부사' 샤샤가 단연 최고로 꼽힌다. 1995년부터 2003년까지 부산과 수원, 성남에서 9시즌을 뛰는 동안 6차례나 소속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190cm의 장신에도 훌륭한 발재간을 갖춰 271경기에서 104골 37도움을 기록했다. 샤샤의 경우 104골 가운데 헤딩골은 19골로 전체 득점 비율이 18.3%에 불과하다.
이들 외에도 라돈치치(68골), 황연석(64골), 정성훈(56골) 등 장신 공격수들이 K리그 역사에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올 시즌에도 K리그 득점 랭킹에는 장신 공격수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키 큰 공격수 김신욱-케빈, 머리로만 축구하나?
180cm로 결코 작은 키가 아닌 페드로(제주·17골)가 K리그 클래식 득점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196cm의 큰 키를 자랑하는 '진격의 거인' 김신욱(울산·16골)과 190cm의 '헐크' 케빈(전북·14골)이 바짝 추격 중이다.
김신욱과 케빈은 올 시즌 가장 주목받는 장신 공격수지만 이들의 득점 기록은 비단 머리에만 집중되어 있지 않다. 큰 키를 이용한 득점 외에 다양한 득점 루트를 만들어내는 것이 이들의 장점이다.
올 시즌 국내 선수 중 가장 많은 골을 득점하고 있는 김신욱은 경기당 0.53골을 기록 중이다. 총 16골 중 헤딩골이 7골(43,8%), 오른발 골이 6골(37.5%), 왼발 골이 1골(6.3%), PK 득점도 2골(12.5%)이다.
케빈은 경기당 0.48골을 기록 중이다. 총 14골 중 헤딩골 8골(57.1%), 오른발 골 5골(35.7%), 왼발 골 1골(7.1%)을 득점했다. 득점 위치를 살펴보면 골 에어리어 부근에서의 중장거리 슈팅으로 만든 골도 5골(35.5%)이나 된다.
◈공격수 찾는 홍명보 감독, 김신욱을 추천합니다
과거 김용세, 렌스베르겐과 함께 현역 생활을 했던 조영증 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위원장은 "장신 공격수는 제공권의 우위가 있기 때문에 상대 수비수들이 집중 방어해야 한다. 직접 골로 연결시키지 못하더라도 집중 방어로 인해 다른 선수를 활용해 골을 넣을 수 있는 확률도 높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장신 공격수들은 기술도 좋아져서 직접 골로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갖춘 선수들이 많다. 수비수들에게 장신 공격수는 막기 어려운 존재"라고 덧붙였다.
김신욱을 직접 지도하는 김호곤 울산 감독 역시 "신욱이가 헤딩만 하는 선수는 아니다"라며 "이제는 공간 활용을 잘해주고 있어 공격에 큰 도움이 된다"고 극찬했다.
현대 축구에서 전술상 장신 공격수가 차지하는 몫은 상당하다. 여기에 발재간까지 갖춘 선수라면 더욱 환영할 일이다. 한 자리에 머물지 않고 활발하게 움직이며 동료에게 공간을 만드는 공격수. 바로 홍명보 감독이 원하는 원톱 공격수의 이상적인 모습을 김신욱이 보여주고 있다.